일본 미니백화점 '十貨店' 전략상품만 골라 판다

  • 입력 2000년 2월 21일 08시 08분


요즘 일본에서는 ‘십화점(十貨店)’이라는 형태의 유통업체가 급부상하고 있다.

십화점이란 수만가지 상품을 한꺼번에 취급하는 백화점(百貨店)과 달리 일본 국내외 고급 의류나 잡화 등 특정 전략상품만 몇 가지 골라 집중 판매하는 ‘미니 백화점’.

백화점처럼 그냥 여러 가지 상품을 진열만 해두면 팔리는 시대는 지났다는 발상에서 나타난 유통업체다. 옷과 식품 인테리어제품 등을 모두 포함시키더라도 고객이 정말 긴요하게 많이 사는 물건 가짓수는 백화점에서 취급하는 상품의 1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십화점은 처음에는 3, 4평 정도의 소규모 점포로 시작됐다. 그러나 1998년 빔즈저팬이 도쿄(東京) 신주쿠에 문을 열면서 훨씬 대형화하기 시작했다. 신주쿠에서 백화점끼리만 치열하게 경쟁해온 미쓰코시 이세탄 다카시마야 등 유수 백화점들이 예기치 않은 복병을 만나게 된 것이다.

일본의 심각한 소비불황 속에서 대형백화점들은 매출이 뚝 떨어져 울상이지만 빔즈는 작년에 240억엔(약 2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창업 첫 해보다 150%나 매출이 늘었다. 빔즈와 함께 십화점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유나이티드애로즈도 역시 비슷한 성장률을 기록하며 143억엔(약 1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십화점들이 최근 하라주쿠 시부야 긴자 등 번화가에 속속 점포를 늘리자 기존 백화점식으로 판매점을 운영하던 유통업체들도 잇따라 전환하기 시작했다. 백화점식 유통업체인 월드는 최근 도쿄 아오야마에 ‘인디비라이프’라는 점포를 열고 20대 여성을 대상으로 옷 화장품 가전제품 서적 등만을 판매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성공을 거둔 것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에 눈높이를 맞추었기 때문. 1980년대에는 다른 사람과 똑같은 유행상품을 지녀야 안심이었지만 요즘은 어떻게든 남과 달라야 직성이 풀리는 시대라는 것이다. 결국 정보와 신상품이 넘쳐나는 시대에 무엇을 어떻게 골라 사야 하는지 축약해 보여주는 것이 유통업체의 중요한 마케팅 전략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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