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Fashion]웨딩드레스와 패션이 만나면…

  • 입력 2000년 1월 10일 01시 09분


‘신부’와 ‘패션’이라는 말만큼 서로 동떨어진 단어는 없다. 신부라는 말은 두꺼운 레이스가 달린 끔찍한 드레스를 떠올리게 하는 반면 패션이라는 말은 미니멀한 의상과 괴상한 모양의 베일을 떠올리게 한다. 만약 신부가 이렇게 패셔너블한 의상을 입고 결혼식장에 나타난다면 시어머니는 작은 소리로 울음을 터뜨릴 것이다.

그런데 난해하고 전위적인 쇼윈도 디스플레이로 유명한 바니스 뉴욕이 1월말에 신부용품 전문점을 개설한다는 소식이다. 바니스는 이미 리처드 타일러의 웨딩드레스 컬렉션을 취급하고 있지만 이번에 새로 문을 열게 될 가게에서는 크리스천 라크르와, 제프리 빈, 아키라 등의 웨딩드레스도 취급하게 될 예정이다. 어쩌면 요세푸스 티미스터의 작품까지 이 곳에서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티미스터는 올 봄의 기성복 컬렉션에서 독일의 테러리스트 부부인 안드레아 바더와 율리케 마인호프에게서 영감을 얻은 옷들을 선보인 바 있다.

바니스의 판매담당 지배인인 주디 콜린슨은 “사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신부용품 전문점을 개설할 생각을 해왔다”면서 “지금까지는 특별 주문 부서 등에서 수많은 신부들의 의상을 담당해 왔는데 이제는 디자이너들의 최신 아이디어를 신부들에게 직접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신부들을 위한 웨딩드레스를 제작하는 디자이너들은 아주 많다. 라크르와도 파리에 유명한 웨딩드레스 가게를 갖고 있으며 지방시의 알렉산더 매퀸 역시 고객들을 위해 결혼식 의상을 제작해 주고 있다.

지금은 6월에 결혼할 신부들이 드레스 주문을 해야 하는 시기이다. 잡지 ‘브라이드’의 2∼3월호는 패션이 웨딩드레스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목선이 깊이 파이고 전체적인 윤곽이 더 섹시해진 웨딩드레스가 유행하리라는 것이다. 신부용품 전문점인 유미 카츠라의 디자인 부장인 에리사 카츠라는 “약 5년 전과 비교해서 요즘 신부들은 스커트가 더 풍성하고 어깨 끈이나 소매가 없는 드레스를 원한다”면서 “단순한 디자인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 경우에도 세부적인 장식은 더 풍성하다”고 말했다.

단순한 디자인의 웨딩드레스도 물론 많이 나와 있다. 제시카 매클린톡의 어깨 끈이 없는 드레스는 백화점에서 350달러에 팔리고 있다. 아이삭 미즈라히의 조수였던 샬리니도 자신의 가게에 물결무늬 비단으로 만든 단순한 디자인의 드레스를 전시해 놓고 있다.

뉴욕에 현금이 넘치는 요즘은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들의 호황기이다. 최근 맨해튼에 신부용품 전문점을 낸 베라 왕은 “요즘은 결혼식이 아주 많이 열린다”면서 “나는 우리가 웨딩드레스의 개념을 바꿔놓았다고 생각하고 싶다”고 말했다. 베라 왕이 디자인한 웨딩드레스의 가격은 평균 7만500달러이다.

그러나 고급 디자이너들이 제작한 아주 독특한 디자인의 웨딩드레스들은 그리 많이 팔리는 편은 아니다. 예를 들어 결혼서약 순간에 스커트를 벗어 던질 수 있도록 디자인된 라크르와의 드레스나 스커트 대신 바지를 입도록 되어 있는 아키라의 드레스를 바니스에서 얼마나 팔 수 있을지 전문가들은 감히 예측하려 하지 않는다.

베라 왕은 여성들이 자신의 패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사는 옷과 결혼식에서 입고 싶어하는 옷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고 말했다. 베라 왕은 “나는 현대적인 것을 사랑하지만 8년간 신부들의 옷을 입혀주면서 현대적인 드레스가 그리 폭발적인 반응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베라 왕은 이어 “우리는 가슴 속 깊숙한 곳에 결혼의 영적인 의미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결혼식을 축하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전통적인 취향을 반영한 옷을 고르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베라 왕은 동성 커플의 결혼식 의상을 담당한 적도 있어서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 않는 편이지만 그래도 “화장을 진하게 하고 새빨간 립스틱을 바른 신부가 제프리 빈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광경을 상상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style/010400dress-bridal.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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