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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월 6일 19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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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은 러시아정교회 성탄절(7일)을 맞아 그루지야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등 정교국가 지도자들과 함께 베들레헴 등 성지를 순례하기 위해 5일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부인 나이나 여사 등 가족과 함께 예루살렘에 도착한 옐친은 “성지에 오니 마치 성인(聖人)이 된 느낌”이라고 기자들에게 농담을 하기도 했다.
러시아정교회 수장인 알렉세이 2세 총대주교와 이고르 이바노프 외무장관이 옐친을 수행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권한대행은 공항까지 나와 환송했다. 크렘린 측은 옐친을 전(前)대통령이 아닌 초대 대통령으로 호칭해 달라고 언론에 주문하는 등 극진한 예우를 하고 있다.
옐친이 사임한 배경도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옐친의 둘째 딸인 타티아나 디야첸코는 5일 일간지 코메르산트 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옐친이 지난해 11월 중국방문 기간중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보였다며 거기서 사임결심을 굳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옐친은 사임발표 당일에야 가족에게 사임하기로 한 사실을 알렸다고 타티아나는 말했다. 타티아나는 사임발표를 마친 옐친이 자신과 손을 붙잡고 울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권한대행도 이날 ORT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사임 발표 10여일 전에 옐친으로부터 귀띔을 받았다고 밝혔다.
옐친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처럼 재단을 설립해 활동기반을 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티아나는 “아버지의 소원은 외국을 여행하며 여생을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