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케인 '젠틀맨 전략' 위력…TV토론서 상대 칭찬

  • 입력 1999년 12월 13일 19시 56분


미국 공화당 대통령후보 경선판도에 다크호스로 등장한 존 매케인 상원의원(63). 그를 이렇게 만든 힘은 무엇인가. ‘매버릭(독불장군)’이라는 그의 별명이 해답을 준다.

이 별명이 붙은 데는 까닭이 있다. 그는 의원에게 불리한 선거자금법 개정에 앞장서는 등 당론에 어긋나는 언동을 종종 한다. 상식처럼 돼버린 기존의 선거운동방식과는 반대의 방식을 쓴다.

그는 당내 예비후보들을 대상으로 한 8월14일의 아이오와주 모의투표에 불참했다. 역대 공화당 유력 예비후보가 이에 불참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경쟁자들이 모의투표에 많은 돈을 써 비난을 샀지만 그는 불참해 깨끗한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최근 예비후보 TV토론에서도 그는 줄곧 상대방을 칭찬해 ‘젠틀맨(신사)’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대부분의 정치인은 여론조사를 자주 하지만 그는 1월 이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선거자금이 모자라기 때문. 그러나 그는 “나는 여론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말로 약점을 장점으로 바꾸고 있다.

그는 대(對)언론관계에서도 남다르다. 경합자들은 이미지에 흠집이라도 날까봐 언론과 일정한 거리를 두지만 그는 기자들을 쫓아다닌다는 말을 들을 정도. 그는 “좋아하는 스포츠나 음식이 무엇이냐”는 등의 시시콜콜한 질문에도 친절히 대답한다.

그는 “독불장군 같다”거나 “말을 너무 직설적으로 한다”는 비판을 받곤 한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오히려 선전하고 다닌다. 자기 전용비행기를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 빗대 ‘매버릭 원’으로, 전용버스를 ‘스트레이트 토크(직언) 익스프레스’로 부르는 식이다.

그가 최종승자가 될 것이냐와는 별도로 그의 이런 태도가 기성정치에 식상한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는 것이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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