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엔화 강세]"1000線 무너지나" 초긴장…美개입 변수

  • 입력 1999년 11월 28일 18시 51분


일본 정부와 재계는 주말인 27, 28일에도 급박하게 움직였다. 엔화가치가 26일 미국 뉴욕외환시장에서 약 4년만의 최고치인 달러당 101엔대로 폭등해 ‘달러당 100엔 붕괴’의 우려가 현실감을 띠게 됐기 때문이다.

엔화가치는 24일 도쿄(東京)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04엔대로 급등해 심상찮은 조짐을 보였다. 이어 26일 뉴욕에서는 달러당 엔화가치 상승폭이 3엔을 넘는 대폭등을 보였다. 9월에 달러당 103엔까지갔다가최근한달간 105∼106엔대에서 안정된 것과는 판이하다.

달러당 101엔대는 올해 엔화가치가 가장 낮았던 5월의 125엔대보다 24엔, 지난해 최저치였던 8월의 146엔보다 45엔가량이나 올랐다.

이번 엔화초강세의 원인으로는 우선 일본실물경기와 증시의 회복조짐이 꼽힌다. 다음달 발표될 3·4분기(7∼9월) 일본경제성장률은 3분기연속 플러스를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닛케이평균주가가 연일 연중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구미(歐美)투자자들이 일본주식매입을 위해 달러를 엔으로 대거 환전해 엔화매입수요가 급증했다. 일본기업도 Y2K(컴퓨터의 2000년 연도인식오류)문제에 대한 불안으로 달러표시 수출자금을 엔화로 앞다투어 바꾸고 있다.

게다가 일본 장기금리 상승으로 미일 금리차가 줄었고 미국이 호황 속에서도 경상수지 적자가 커져 미일간 펀더멘털(경제의 기초여건)에 변화가 나타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번 엔화초강세의 직접적 계기는 유로화 가치급락. 최근 유럽경기 회복둔화로 유로는 엔에 대해 연일 최저치를 경신했고 달러에 대해서도 약세다. 달러 엔 유로의 3대 주요통화 중 엔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

국제금융계는 엔화가치가 달러당 두자릿수까지 오를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쿄미쓰비시(東京三菱)은행 가카와 아키히코(加川明彦)자금부차장은 “달러당 100엔 붕괴가 눈앞에 다가왔다”며 “일본정부가 우물쭈물하면 빠르면 29일에 달러당 두자릿수 환율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내에서는 일본경기회복에 대한 불안감도 있어 엔화초강세 행진이 곧 멈출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향후 엔화가치의 최대변수는 미국의 태도. 일본정부가 6월에 여러차례 외환시장에 개입하고도 실패한 경험으로 볼 때 일본의 단독개입에는 한계가 있다.

미국은 엔화강세가 미국의 수출에 도움이 되는데다 달러가 유로에 대해서는 강세를 보이기 때문에 엔화강세 저지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급격한 엔화강세는 미국의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인플레를 유발하고 미국주가에도 악재가 되므로 마냥 방치하기도 어렵다. 일본의 오바 도모미쓰(大場智滿)국제금융센터이사장은 “미국이 일본의 추가금융완화(통화량의 실질적 증대)를 조건으로 공동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재계는 엔화초강세에 울상이다. 현재 일본재계가 견딜 수 있는 마지막 환율 손익분기점은 달러당 105엔으로 알려져 있다.

29일 도쿄외환시장 움직임과 미일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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