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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1월 5일 19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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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상원은 찬성 90, 반대 8표, 하원은 찬성 362, 반대 57표로 법안을 가결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법안은 빌 클린턴 대통령의 서명을 받는 대로 발효한다.
이에 따라 대공황기였던 1933년에 도입된 이후 은행 증권 보험사가 상대방 영역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막아온 글래스―스티걸법은 사라지게 됐다. 이처럼 금융업종간 장벽이 철폐됨에 따라 은행 증권 보험을 겸업하는 이른바 ‘금융 슈퍼마켓’이 출현할 수 있게 됐다.
법안 통과 직후 필 그램 상원 금융위원장은 “이제 미국의 모든 도시와 마을에 ‘금융 슈퍼마켓’이 생길 것이며 소비자들은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곳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금융 슈퍼마켓’은 은행 증권 보험사의 기존 금융상품을 일정 비율로 결합한 신종 금융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돼 금융기관의 수익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들도 은행 증권 보험사 창구를 일일이 찾아다니지 않고 한 창구에서 여러 상품을 구입할 수 있게 돼 미국에서만 연간 180억달러 가량의 수수료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법안에 반대한 일부 시민단체는 “법안에 소비자 보호조치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몇개의 초대형 금융기관만 살아남아 결국 부(富)의 편중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시티 체이스맨해튼 메릴린치 등 은행과 증권사들은 “글래스―스티걸법이 미국 금융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다”며 이 법의 폐지를 요구해왔다. 이를 위해 미국 금융계는 20년간 모두 2억달러를 의회로비에 썼다.
새 금융개혁법이 발효하면 금융업종간의 대규모 인수합병(M&A)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경제전문 블룸버그 통신은 4일 “미국의 대형 은행들은 부동산개발 사업과 보험상품 판매를 할 수 있는 생명보험사에 특히 많은 관심을 보였다”며 “주로 렐리아스타 링컨내셔널 등 생보사들이 M&A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전문가들은 이같은 이(異)업종간 M&A붐에 이어 일반 기업과 금융기관의 결합이 미국 금융계의 마지막 ‘빅뱅’(대개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램의원은 “금융개혁법안은 일반 기업과 금융기관의 결합을 막고 있지만 머지 않아 어떤 법도 이들의 결합을 막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