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로스차관보 단독인터뷰]"노근리 진상 철저규명"

  • 입력 1999년 10월 14일 18시 26분


《‘노근리 사건’ 진상조사 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12∼14일)했던 스탠리 로스 미국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13일 오후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동아일보와 단독으로 회견했다.》

◇양민학살 과거엔 몰라

―미국정부는 노근리 사건에 대해 한미 공동조사가 어렵다고 하다가 가능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인가.

“미국은 처음부터 한미가 개별적으로 조사를 진행한 뒤 증거자료를 취합해 협력하자는 입장이었다. 공동활동이 필요하면 공동으로 활동하고, 사안별로 인터뷰나 문건조사가 필요하면 얼마든지 하자는 것이다. 이 문제는 한미간에 이견이나 분쟁을 초래할 이슈는 아니다. 노근리 사건이 AP통신에 처음 보도(9월30일)된 직후부터 미국은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피해자 가족들은 AP통신 보도 이전부터 미군의 양민학살을 주장해왔는데 미국 정부는 모르고 있었는가.

“내가 알기로는 정책입안자들 수준에서까지는 이슈화되지 않았다. 나는 19년간 한국 관련 업무를 맡으며 서울에 자주 왔지만 그 사건에 대해서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미군은 베트남 전쟁 기간중 양민 수백명을 학살(68년 밀라이 마을)한 일이 있으나 그 사건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노근리 사건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에서 양민학살사건이 난관이 되지는 않고 있다. 노근리 사건에서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철저한 조사로 진실을 찾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그 사건을 둘러싼 분노 등 감정적인 문제는 정리될 것으로 본다.”

―조사결과 미군의 잘못이 확인되면 미국정부는 사과하고 보상할 것인가.

“그에 대해 답변하기는 이르다. 겨우 진상조사에 들어간 단계에서 미국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점치기는 힘들다.”

―미군이 노근리 이외의 지역에서도 양민을 학살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그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인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조사는 노근리 사건에 관한 것이지만 다른 곳에 관한 정보가 나오면 그에 대해서도 조사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북한 외무성 김계관(金桂寬)부상과 강석주(姜錫柱)제1부상이 곧 잇달아 미국을 방문해 북―미 관계개선 문제를 협의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직 일정이 결정되지 않았다. 김부상은 미국에 올 예정이나 그 후 강 제1부상의 방미가 이루어질지는 지금으로서는 확실하지 않다.”

―페리보고서의 미공개 부분은 북한이 한미일의 포괄적 대북접근을 거부할 경우의 대응책을 담고 있다는데….

“(웃으며)비밀이기 때문에 말하지 않겠다.”

―미국 공화당은 빌 클린턴 정부의 대북정책에 비판적인데….

“공화당이 모두 대북정책을 반대한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일부 의원들은 대북정책을 지지하고 있으며 특히 94년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에 대한 지지는 높다.”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 대북정책기조가 바뀌는 것은 아닌가.

“나는 공화당을 대변할 입장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정부는 국제적으로 약속한 일에 책임을 질 것이며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제네바합의와 미­북 미사일회담의 합의를 준수할 것이다.”

◇남북대화 北에 늘 강조

―미국과 북한의 관계는 진전되고 있지만 남북관계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다. 북한이 남북대화에 나오도록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가.

“미국은 남북대화에 관해 북한에 더 이상의 압력을 행사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페리보고서 작성을 전후한 시기의 미―북 관계처럼 드라마틱한 상황전개가 남북간에 이루어지기는 힘들어 보이지만 현대그룹을 중심으로 하는 남북교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것은 몇년 전에는 상상도 못하던 일로 변화하는 남북관계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북관계가 진전되면 남북관계도 함께 개선될 여지가 크다.”

◇北-美 조기수교 희망

―언제쯤 평양에 성조기가 휘날릴 것으로 보는가.

“대답하기가 매우 어렵다. 94년 제네바합의 직후에는 곧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 후 몇년 동안 진전이 없었다. 지금도 빨리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하지만 미―북 수교 시기의 결정은 북한에 달려있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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