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교육 이래서 강하다]고교때부터 과목 골라서 수강

  • 입력 1999년 10월 10일 19시 39분


《미국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를 제패했다. 미국 국가경쟁력의 핵심은 역시 교육이다. 21세기도 미국의 세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 그 원천 또한 교육이다. 한국이 배워야 할 미국교육의 강점을 6회 시리즈로 짚어본다》

미국 교육이 한국과 크게 다른 점을 두가지만 꼽는다면 선택과 집중이다. 선택의 폭은 넓고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집중할 수 있다.

한국의 고교생은 주어진 15개 안팎의 과목을 3년 내내 공부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미국 학생들은 스스로 공부하고 싶은 과목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의 공립학교에는 한국의 10배 가량인 150여개 교과과목이 있다. 그 중에서 6개 안팎의 과목을 선택해 일년 내내 공부한다.

★교사 찾아다니며 수업

한국에서는 학생이 하루종일 같은 교실에 앉아 있고 교사가 바뀌어 들어온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한 교사를 찾아다닌다. 경영정보시스템 같은 과목은 첨단시설이 설치된 다른 학교로 옮겨다닌다. 소매점 영업전략 같은 과목은 직접 상가로 나가 수업을 받는다. 미국의 고교를 한국의 대학과 비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고교수학을 예로 들어보자. 기본대수학 대수학1 기하학1 대수학2와 기하학1, 대수학1과 기하학2 고급기하학 고급대수학 삼각함수 수리분석 예비미적분 대학미적분 등 무려 11개 과목이 설치돼 있다. 대학미적분은 AP(Advanced Placement) 코스로 불리는 것으로 대학에서도 학점을 인정해준다.

장래에 미술을 전공하고 싶으면 수학을 아예 신청하지 않고 미술1 미술2 미술3을 3년 연속 선택할 수 있다. 3년 동안 미술을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기 때문에 학원이나 과외교사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선택한 과목을 보고 학생들을 선발하기 때문에 얌체처럼 쉬운 과목만 고를 수는 없다.

학생들은 초등학교부터 선택을 교육받는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정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정오(正誤)를 가리지 않고 왜 그런 답을 냈는지를 묻는다. 자신의 의견과 관점을 키우는 데 중점이 있다.

초등학교 4학년 사회과목에서 그리스 문명을 공부한 학생들이 받는 시험문제는 ‘그리스문명이 인류에 미친 영향을 논하라’다. 답은 교과서에 있지 않고 학생들 머릿속에 있다.

중학교 과정은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기 위한 과도기다. 선택하는 과목수는 2개 남짓이지만 이 때부터 학생들은 모든 과목에서 교사를 찾아 교실을 이동한다.

★특정과목 집중 가능

담임교사가 한명이던 초등학교와는 달리 중학교에서는 여러명의 교사가 번갈아 학생들을 지도한다. 페어팩스 카운티는 5명의 교사가 120명 안팎의 학생을 공동지도하는 ‘단체지도(Team Teaching)’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이나 적성이 담임교사 한명의 한가지 잣대로 재단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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