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野黨, '어린이까지 안락사 합법화' 강력 반발

  • 입력 1999년 8월 12일 19시 27분


네덜란드 정부가 안락사를 허용하는 법안을 9일 의회에 제출한 이후 네덜란드 정치권과 의학계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핵심쟁점은 법안이 성인뿐만 아니라 12세 이상 어린이까지 안락사 허용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점.

네덜란드 최대 야당인 기독민주당(CDA)은 11일 법안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법안통과 저지를 위해 총력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CDA의 로스 반 도프 의원은 법안이 “책임있는 행동을 할 수 없는 어린이들에게 생사가 걸린 문제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다른 야당 인사는 “환자가 요구했다고 해서 그를 죽이는 것은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여권에서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연립여당인 자유민주국민당(VVD)의 오토 포스 의원은 “정부가 미성년자들의안락사선택을허용하려는 데 대해 우려한다”면서 “어린이가 최종 결정권을 갖도록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보건부는 “12∼15세 어린이의 안락사에는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부모중 한 사람 또는 부모 모두가 반대할 때는 담당의사가 어린이의 요구에 대해 최종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부는 또 법안이 ‘미성년자도 삶의 중단을 요청할 수 있는 충분한 식별력을 갖고 있다’는 네덜란드 대법원의 판례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립여당은 의회의석 150석 가운데 97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법안통과 가능성이 높으나 사안이 민감해 많은 논란이 뒤따를 전망이다.

네덜란드 의회는 여름 휴회기간이 끝나는 다음달부터 법안 토의를 벌일 예정이다.〈헤이그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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