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총장직 경쟁치열한 이유?]소신펼 기회많아

  • 입력 1999년 8월 1일 19시 21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자리가 도대체 뭐기에 그런 소동이 벌어졌을까.

사무총장 자리를 3개월째 비워놓은 채 치열하게 벌어졌던 마이크 무어 뉴질랜드부총리(50)와 수파차이 파닛차팍 태국부총리(52)의 자리 싸움은 두사람이 임기를 각각 3년씩 나눠맡기로 하면서 겨우 끝났다. 4년 임기를 ‘사정상’ 늘릴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6년으로 늘린 다음 반분한 것으로 국제기구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WTO는 세계 134개국이 가입한 통상무역에 관한 최대의 국제기구. 사무총장은 영예로운 것이기는 하지만 엄청난 권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마음대로 주무를 돈보따리가 있는 자리도 아니다.

오히려 사무총장은 자국 이익을 지키려는 회원국 대표들의 ‘최후통첩성’ 협박에 시달려야 하며 적은 예산으로 기구를 운영하기 위해 머리를 짜내야 하는 고달픈 자리다.

그런데 왜 서로 사무총장 자리를 차지하려고 안달일까.

이는 사무총장의 업무가 지닌 국제적인 성격 때문이다. WTO사무총장은 회원국이 합의한 세계적 계약이 지켜지도록 하는 마지막 수호자로서 회원국 전체의 이익을 증진해 나가야 할 책무를 지닌다. 지구차원의 무역질서를 개선하기 위해 소신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때문에 회원국 정부는 목표를 부여하는 사람, 중재자, 거간꾼, 주심 등 다양한 역할을 WTO사무총장에게 기대한다. 사무총장은 개입해야 할 시기와 양보해야 할 기회를 파악하는 능력을 갖춰야 하며 때로는 윽박지를 줄도 알아야 한다.

뉴질랜드 의회사상 최연소인 23세에 의원이 된 무어는 이같은 과제를 ‘즐거운 모험’이라고 생각, 사무총장 자리를 끈질기게 노렸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조헌주기자〉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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