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평등보다 경쟁사회로 바꿔야』…「경제사회…」보고서

  • 입력 1999년 7월 6일 18시 34분


일본총리 자문기구인 경제심의회(회장 도요다 쇼이치로·豊田章一郎·도요타자동차 명예회장)는 “일본은 현재 ‘근대공업화 시대’로부터 ‘지혜의 시대’로 바뀌는 역사적 대전환기에 직면했으며 이런 사회적 변화에 대응하려면 ‘결과의 평등’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을 중시하는 사회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일본경제의 활력을 되살리려면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시장 메커니즘을 중시하는 경쟁사회로 전환하고 정당한 소득 격차를 사회적으로 용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제심의회는 5일 저녁 총회에서 향후 10년간 일본의 경제사회 변화상과 이에 필요한 정책을 정리한 ‘경제사회의 바람직한 모습과 경제 재생정책 방침’이라는 최종보고서를 채택했다.

도요다회장은 이날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에게 이 보고서를 제출했으며 일본정부는 빠른 시일 내에 각료회의에서 이를 정부 방침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보고서의 내용〓90년대 일본의 불황은 단순한 경기순환의 결과가 아니라 ‘결과의 평등’을 지나치게 중시한 전후(戰後) 제도와 관습의 부작용에 기인한다.

이제 ‘지혜의 시대’로 바뀜에 따라 치열한 경쟁을 통해 연마된 개성과 창조성에 의한 새로운 기술 산업 문화가 등장해야 한다.

생산자 중심의 경제는 소비자와 신규기업을 중시하는 경제로 바뀌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공정한 시장규칙과 사회안정망 정비, 위기관리 등으로 축소돼야 한다.

경쟁의 결과로 성공자와 실패자 사이에 생기는 소득 격차도 도전과 그에 따른 위험에 상응하는 대가라면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실패자와 약자에게도 인권보호와 성공에 재도전할 기회를 부여해 자유롭지만 불만이 적은 ‘최대 자유와 최소 불만’의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로 인구가 감소해도 2% 정도의 경제성장을 계속 추구해야 한다. 인구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직과 기술직 분야의 외국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정년을 연장해 고령자를 활용해야 한다.

▽보고서의 의미〓이 보고서는 전후 일본을 지탱해온 ‘평등사회’의 종언(終焉)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저명한 경제평론가 출신인 사카이야 다이치(堺屋太一)경제기획청장관의 평소 주장과 많이 닮아 있다.

일본은 지금까지 규격대량생산형 경제사회를 지향함으로써 국가가 정한 규격에 바탕을 둔 상품을 대량으로 생산해 경제규모를 확대해 왔다. 이 과정에서 ‘회사인간’으로 대표되는 집단적 평등의식이 중시됐다.

그러나 보고서는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가 진행되는 현상황에서는 더 이상 평등의식이 강한 회사인간적 사고로는 일본사회가 살아남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대신 개인의 창의성이 발휘되는 자유경쟁을 통해 경제활성화를 도모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우승열패(優勝劣敗)사회에 대비한 사회안전망 구축과 세제 및 사회보장제도 개혁에 관한 구체적인 대책이 미흡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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