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전염병…학살…「코소보 참상」 끔찍했다

  • 입력 1999년 6월 23일 20시 04분


「20세기 최후의 비극」이라 불리는 코소보사태 현장에서 지난달 19일부터 의료봉사활동을 펼쳐온 한국봉사단원들이 전자우편으로 생생한 체험기를 보내왔다.

다음은 이들이 보내온 체험기의 요약.

배설물과 오물로 뒤범벅된 난민촌 캠프, 바닥에 비닐만 깐 6, 7인용 텐트에 20∼30여명씩 새우잠을 자는 사람들, 피란길에 가족을 잃은 난민들의 통곡소리, 세르비아군의 신경가스 공격으로 정신이상이 된 아이들의 비명, 굶주림과 전염병으로 신음하는 아이들….

로마와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 등을 거쳐 5월말경 최종목적지인 난민촌 쿠커스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전쟁이 빚어낸 참상에 치를 떨었다.

이튿날 바로 캠프 한쪽에 천막을 치고 유엔아동보호기금(UNICEF) 세계보건기구(WHO) 등 다른 국제단체들과 함께 의료활동과 목욕봉사, 구호식품배급 등의 구호활동에 들어갔다.

많은 환자들이 굶주림과 전쟁에 대한 공포감 등으로 설사 두통 피부병 불면증 고혈압 등에 시달리고 있었다. 불결한 환경에서 출산한 뒤 병에 감염돼 죽어가는 산모가 속출했다.

‘6·25전쟁의 비극’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들이었다. 하루 15시간 이상 강행군하는 동안 3주가 훌쩍 지나갔다. 10일 라디오를 통해 코소보 평화안 체결소식이 알려졌다.

그러나 비극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성급히 고향인 코소보 국경도시 프리즈렌으로 돌아간 일가족 13명이 고향집에 설치된 폭탄이 터져 몰살당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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