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訪러 스케치]옐친 『동지애 느낀다』

  • 입력 1999년 5월 28일 19시 21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비롯한 한국측 인사들은 러시아방문 이틀째인 28일(한국시간)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자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김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15분부터 크렘린궁 2층 ‘대표단방’에서 45분 동안 옐친대통령과 단독정상회담을 가졌다. 김대통령과 옐친대통령은 첫 만남인데도 민주화투쟁을 한 공통된 경험 때문인지 상당히 친근감있는 분위기였다는 전언.

○…김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모스크바대 대강당에서 교수 학생 등 6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러 공동협력 등을 주제로 연설.

김대통령은 연설에서 “과거에 이 자리에서 강연한 일도 있고 명예교수라는 영광스러운 자리를 수여받은 바도 있다”며 “나는 옥중생활 동안 푸슈킨 등 거의 모든 러시아 고전을 탐독했는데 러시아 문학이 내게 준 영향은 측량할 수 없는 것이었다”고 술회. 김대통령은 또 “러시아 고전을 읽은 것만으로도 감옥에 간 보람이 있었다고까지 생각했었다”고 부연.

○…김대통령은 이날 밤 옐친대통령 내외 주최로 크렘린궁 캐서린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 참석, 답사를 통해 민주화투쟁의 공통경력이 있는 옐친대통령과의 ‘동지애’를 강조해 눈길.

김대통령은 “나는 91년 변화의 물결을 거스르는 역사적 반동에 맞선 각하의 모습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며 “탱크 위에 올라 서서 연설하시던 각하의 모습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지키는 수호신의 모습이었다”고 극찬.

○…김대통령과 수행원들은 옐친 대통령의 건강악화설때문에 정상회담 개최가 가능할지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을 놓지 못했다는 후문. 특히 서울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는 동안 러시아측이 특별기로 전화를 걸어와 기자회견에서 모두연설만 하고 일문일답을 생략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해 한때 “옐친 대통령이 아니라 세르게이 스테파신 총리와 실질적인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모스크바〓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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