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 방북 중간점검]北환대…포괄적협상案 손내미나?

  • 입력 1999년 5월 27일 19시 25분


윌리엄 페리 미국 대북정책조정관을 맞는 북한측의 태도가 이례적으로 개방적이다. 우선 북한의 각종 언론매체는 페리 조정관이 25일 평양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도착사실과 고위인사 면담사실 및 주요일정 등을 신속히 보도하고 있다.

또 일본 TV에 페리 조정관 일행의 일정을 담은 녹화테이프를 제공하고 있다.

26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페리 조정관이 김영남(金永南)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장에게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 앞으로 된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는 장면도 일본 TV를 통해 생생하게 보도됐다.

페리 조정관의 대화파트너가 강석주(姜錫柱)외무성제1부상인 점도 눈여겨 볼 대목. 강석주는 직책은 한국의 차관급에 해당하지만 북한 외교가에서는 핵심 실세로 꼽히는 인물로 94년 지미 카터 전미국대통령이 방북, 김일성(金日成)주석과 회담했을 때에도 김주석 바로 옆자리에 배석했었다.

정부 당국자들은 강석주가 김정일위원장에게 페리 조정관 면담 여부에 대해서도 조언을 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페리 조정관은 방북기간 중 강석주와 두세차례 만나 집중적인 협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정 군의 핵심인사들이 대거 페리 조정관을 만난 것도 이례적이다. 페리 조정관과 김영남의 회담에는 강석주와 최태복 당중앙위 비서, 김계관 외무성 부상, 이상우 인민군소장 등이 배석했다.

페리 조정관은 또 27일엔 조명록(趙明祿)인민군총정치국장 김영춘(金英春)인민군총참모장 연형묵(延亨默)자강도당책임비서 등 북한 수뇌부로 구성된 국방위원회 위원들과 저녁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리 조정관이 김정일위원장과 만났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이 페리 조정관에 대해 국가원수급의 환대를 하는 것은 향후 대북 포괄적 협상을 위한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해석한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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