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81세 등반가『불가능 없다』…고난도 암벽등반 성공

  • 입력 1999년 5월 26일 07시 08분


81세 미국인 게리 블로치가 해발 2천3백7m, 수직의 절벽만 7백50m인 요세미티 국립공원 엘캐피탄을 오르겠다고 말하자 모두들 웃었다. 농담하지 말고 공원이나 슬슬 산책하라며 친구들은 말렸다.

패기에 찬 젊은 암벽등반가들도 며칠을 걸려 오르는 가파른 암벽을 팔순의 그가 오르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

작년 9월 블로치는 친구들의 비웃음과 만류를 뒤로 한 채 훈련에 들어갔다. 8개월간 턱걸이와 조깅 수영으로 체력을 다지면서 그는 “기어코 해내고 말겠다”며 다짐했다. 12일 오후 4시. 오렌지색 헬멧과 무릎보호대로 무장한 그는 요세미티 계곡의 베이스캠프를 떠났다. 정상까지 일주일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한치 앞을 보기 힘들 정도의 눈보라가 그의 앞을 막았다.

관절염까지 도져 발을 뗄 때마다 바늘로 무릎을 후벼파는 듯한 아픔이 엄습했다. 미리 준비해온 관절염약을 복용하며 암벽을 계속 올랐다. 밤에는 암벽중간에 로프를 고정해놓고 잠을 잤다. 작년 11월 폐병으로 세상을 떠난 그의 영원한 후원자인 아내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한 사람의 자일파트너를 동반했지만 마지막 한걸음까지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

마침내 23일 오후 5시, 그는 11일간의 사투 끝에 난공불락처럼 보이던 정상을 정복했다. 86년 68세의 나이로 엘캐피탄봉을 등반해 최고령 등반 기록을 세웠던 블로치는 또다시 최고령 등반기록을 경신하는 기록을 세우는 순간이었다.

베이스캠프에서 망원경으로 그의 등반을 지켜보던 친구들은 정상정복이 전해지자 새삼스레 그가 즐겨했던 말을 기억해냈다.

“나이는 우리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

〈이희성기자〉lee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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