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마이크로소프트네트워크(MSN)는 18일 인터넷의 위력을 알아보기 위해 실시한 사상 초유의 실험 ‘1백시간 생존게임’(본보 11일자 참조)의 결과를 발표했다. MSN은 마틴 케네디(67) 로빈 캐츠(46·여) 글린 토머스(45) 엠마 깁슨(30·여) 등 도전자 4명이 호텔에 갇힌 지 1백시간만인 14일 오전 11시반까지 버텨 모두 ‘생존’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물건을 한아름씩 안고 말끔한 모습으로 호텔방을 나섰다.
MSN은 도전자들의 심리상태와 상거래 내용 등을 파악하느라 게임이 끝난 뒤 4일이 지나서야 결과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도전자들을 만나본 영국 허트포드셔대 심리학교수 헬렌 페트리는 “도전자들은 1백시간이 훌쩍 지난 것을 아쉬워했다”며 “고립된 공간에서 지내며 겪을 수 있는 스트레스와 고독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페트리는 “참가자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인터넷과 친숙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졌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생존실험이 시작된 것은 10일 오전 7시 반. 도전자들은 목욕 가운만 걸친 채 5백파운드(약 1백만원)가 입금된 카드 한 장과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 한 대가 기다리는 호텔방으로 들어갔다. 다음은 MSN측이 밝힌 도전자들의 생존게임 진행상황.
▽24시간 뒤〓도전자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속옷과 음식 주문. 음식은 첫날 오후부터 배달되기 시작했으나 옷은 엠마와 마틴 것만 도착했다. 4명모두 가운차림으로 첫날을 보냈다.
로빈이 주문한 물감과 도화지 등 미술도구가 도착했다. 로빈은 주문한 물건 중 방향제가 빠졌다고 불평했다. 엠마는 하루 동안 1백50통의 격려와 인터넷 쇼핑을 할 수 있는 주소를 담은 E메일을 받았다.
▽48시간 뒤〓글린과 로빈은 여전히 가운 차림. 글린은 3시간45분동안 채팅을 했다. 독일의 네티즌과 온라인으로 체스도 뒀다. 로빈은 수채화그리기에 열중. 엠마는 호주의 한 회사에 구직희망서를 보냈다. TV가 보고싶어 온라인으로 TV를 시청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마틴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바지와 신발, 동양무술에 관한 책을 주문했다.
네티즌들이 배달이 빠른 쇼핑센터 등의 정보를 채팅을 통해 제공했다.
▽72∼1백시간〓3일만에 전원이 가운을 벗었다. 겨우 컴맹을 벗어난 수준이었던 로빈은 열렬한 인터넷 팬이 됐다. 마틴은 책에 빠져 있다. 위스키도 한병 주문해 마셨다. 엠마는 8년 전 함께 연극에 출연했던 동료로부터 E메일을 받았다. 라디오 파일을 다운받아 호주 라디오프로그램을 들으며 수백통의 ‘팬레터’에 답장을 썼다.
1백시간이 가까워지자 글린은 여동생에게 줄 꽃다발과 조카의 곰인형을 샀다. 글린은 주어진 5백파운드 중 4백99.50파운드를 써서 ‘쇼핑왕’이 됐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