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생존 실험 『인터넷만으로 생활 아무 불편없다』

  • 입력 1999년 5월 19일 19시 21분


1백시간 동안 홀로 호텔방에 갇혀 인터넷만 갖고 지내야 한다면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영국 마이크로소프트네트워크(MSN)는 18일 인터넷의 위력을 알아보기 위해 실시한 사상 초유의 실험 ‘1백시간 생존게임’(본보 11일자 참조)의 결과를 발표했다. MSN은 마틴 케네디(67) 로빈 캐츠(46·여) 글린 토머스(45) 엠마 깁슨(30·여) 등 도전자 4명이 호텔에 갇힌 지 1백시간만인 14일 오전 11시반까지 버텨 모두 ‘생존’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물건을 한아름씩 안고 말끔한 모습으로 호텔방을 나섰다.

MSN은 도전자들의 심리상태와 상거래 내용 등을 파악하느라 게임이 끝난 뒤 4일이 지나서야 결과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도전자들을 만나본 영국 허트포드셔대 심리학교수 헬렌 페트리는 “도전자들은 1백시간이 훌쩍 지난 것을 아쉬워했다”며 “고립된 공간에서 지내며 겪을 수 있는 스트레스와 고독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페트리는 “참가자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인터넷과 친숙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졌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생존실험이 시작된 것은 10일 오전 7시 반. 도전자들은 목욕 가운만 걸친 채 5백파운드(약 1백만원)가 입금된 카드 한 장과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 한 대가 기다리는 호텔방으로 들어갔다. 다음은 MSN측이 밝힌 도전자들의 생존게임 진행상황.

▽24시간 뒤〓도전자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속옷과 음식 주문. 음식은 첫날 오후부터 배달되기 시작했으나 옷은 엠마와 마틴 것만 도착했다. 4명모두 가운차림으로 첫날을 보냈다.

로빈이 주문한 물감과 도화지 등 미술도구가 도착했다. 로빈은 주문한 물건 중 방향제가 빠졌다고 불평했다. 엠마는 하루 동안 1백50통의 격려와 인터넷 쇼핑을 할 수 있는 주소를 담은 E메일을 받았다.

▽48시간 뒤〓글린과 로빈은 여전히 가운 차림. 글린은 3시간45분동안 채팅을 했다. 독일의 네티즌과 온라인으로 체스도 뒀다. 로빈은 수채화그리기에 열중. 엠마는 호주의 한 회사에 구직희망서를 보냈다. TV가 보고싶어 온라인으로 TV를 시청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마틴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바지와 신발, 동양무술에 관한 책을 주문했다.

네티즌들이 배달이 빠른 쇼핑센터 등의 정보를 채팅을 통해 제공했다.

▽72∼1백시간〓3일만에 전원이 가운을 벗었다. 겨우 컴맹을 벗어난 수준이었던 로빈은 열렬한 인터넷 팬이 됐다. 마틴은 책에 빠져 있다. 위스키도 한병 주문해 마셨다. 엠마는 8년 전 함께 연극에 출연했던 동료로부터 E메일을 받았다. 라디오 파일을 다운받아 호주 라디오프로그램을 들으며 수백통의 ‘팬레터’에 답장을 썼다.

1백시간이 가까워지자 글린은 여동생에게 줄 꽃다발과 조카의 곰인형을 샀다. 글린은 주어진 5백파운드 중 4백99.50파운드를 써서 ‘쇼핑왕’이 됐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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