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對美엄포」속셈은 실리찾기…양국관계 경색

  • 입력 1999년 5월 11일 19시 45분


유고 주재 중국대사관 오폭과 이에 따른 중국내 반미시위로 미중관계가 급속히 경색되고 있다.

중국은 6월로 예정된 윌리엄 코언 미국 국방장관의 중국 방문을 겨냥해 미중간 고위급 군사교류를 연기한다고 10일 발표했다. 미국과의 인권협상을 중단하고 군축 및 핵확산금지 협상을 연기한다는 초강경 조치도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중국의 다목적 포석일 뿐 미중관계를 계속 경색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중국내에도 많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대미 강경조치가 오히려 향후의 대미관계를 염두에 둔 정책적 고려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대미 강경조치는 우선 중국내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중국대사관 피격으로 국내에서 반미여론이 비등한 터에 정부가 이를 무마하기 위해서는 미국에 대해 강수를 둘 필요가 있었으리라는 것. 정부의 대응이 약하게 비치면 자칫 시위가 정부와 당에 대한 비판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미국내 여론을 환기하기 위한 엄포용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동안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을 이루기 위해 나름대로 많은 양보를 했으나 미국은 국내의 반중국 여론을 의식해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국은 이 기회에 미국 등 서방의 비인도적 행위를 대대적으로 부각시켜 미국내 반중국파의 입을 봉쇄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당국이 학생들의 미대사관 앞 시위를 허용하면서 관영매체들을 통해 반미여론을 조성하는 것도, 관영매체에 미국계 상품 광고를 금지하겠다는 엄포를 놓는 것도 그런 전략의 일환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중국이 올해 7.8%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다. 미국 또한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 미국은 중국의 WTO가입 협상을 통해 중국내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특혜를 얻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미국내 반중국 세력을 설득하는 재료로 중국의 반미감정을 이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국의 WTO가입을 허용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사태가 미중관계를 오히려 긴밀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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