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홍 인천대교수, 월가 투자자 공략법 조언]

  • 입력 1999년 4월 14일 18시 47분


‘가라오케나 룸살롱에서의 술접대는 피하라. 편안한 자리를 만들어 생산적인 토론을 유도하라.’

세계 자금시장의 메카인 미 뉴욕 월가(街)의 투자전문가 로이홍(한국명 홍우형·洪宇亨인천대 초빙교수)씨가 생생한 경험을 토대로 추천하는 접대법의 골자다.

퍼스트보스턴 슈로더 UBS 등 월가의 유명 투자은행에서 10여년 동안 임원을 지냈던 그는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최고경영자 조찬회에 모인 대기업 임원들에게 ‘술만능’의 접대문화를 탈피할 것을 촉구했다.

▽다짜고짜 술집행은 금물〓홍교수는 “월가의 투자가들은 맑은 정신으로 생산적인 토론을 벌이는 데 지장을 주기 때문에 술대접을 아마추어나 하는 행동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한국을 찾은 월가의 투자가들을 무작정 술집으로 끌고가면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 쉽다는 지적.

▽‘정보’를 주는 식사가 최고〓월가의 금융기관들은 대신 항상 바쁘게 시간을 쪼개쓰는 고객들의 처지를 감안해 즐거움과 정보를 함께 주는 이벤트성 자리를 만든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고객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함께 하는 것. 다만 산해진미를 차려놓은 자리라 할지라도 반드시 투자정보를 ‘메뉴’처럼 제시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경기·공연관람도 효과적〓농구 아이스하키 야구 경기장이나 연극 공연장을 찾는 것도 효과적. 골드만삭스 등 대형 투자은행들은 뉴욕에서 US오픈테니스대회나 유명 골프대회가 열릴 때면 1등급 좌석을 무더기로 사들여 고객별로 할당한다.

따라서 전망 좋은 자리의 관중들은 대개 상당한 자금동원 능력이 있는 투자가일 가능성이 높다고 홍교수는 밝혔다.

▽상대방 취미를 공략하라〓월가의 한 은행가는 여성고객들이 스페인 대중가수인 훌리오 이글레시아스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아내 공연관람은 물론 공연후 이글레시아스와 기념 촬영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계약체결에 성공했다.

홍교수는 특히 “외국인 고객들을 만날 때 인사 직후 곧바로 상대방의 회사내 위상 등을 파악하려 드는 ‘결례’를 범해 분위기가 어색해지곤 한다”며 박세리선수처럼 모두가 알만한 스포츠스타 영화배우 등을 화두에 올리는 형식으로 어색함을 깨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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