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브라이트 美국무, 유고 몰아붙이는 까닭은?

  • 입력 1999년 4월 7일 18시 59분


미국의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62)은 과거 자신의 가족이 출신국인 체코에서 겪은 아픈 추억 때문에 유고 코소보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종 청소’를 누구보다 강경하게 비난하고 있다고 영국의 더 타임스지 인터넷판이 6일 분석했다.

올브라이트장관은 미 행정부내 매파 중에서도 유고에 대한 입장이 가장 강경하다. 그는 정보당국의 경고와 국방부 고위 간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유고 공습의 정당성을 확신시켰다. 클린턴대통령이 “올브라이트가 (공습 결정을 내리도록) 밀어붙였다”는 말까지 했을 정도.

올브라이트는 37년 체코의 프라하에서 외교관이던 요세프 코르벨의 딸로 태어났다. 38년 독일이 침공하자 올브라이트의 가족은 영국 런던으로 피신해 45년 종전 때까지 머물렀다. 전쟁 뒤 코르벨은 유고 주재 대사까지 지냈으나 48년 체코에 공산정권이 들어서면서 쫓겨나 미국에 정착했다.

올브라이트는 장관으로 임명된뒤 자신이 유태인이며 조부모가 나치에 의해 학살됐다는 사실까지 알게 됐다.

더 타임스는 이같은 개인적 배경이 올브라이트로 하여금 유고의 만행에 대해 단호한 결정을 내리게 하는 상당한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브라이트장관은 지난주 미국의 소리(VOA) 방송을 통해 세르비아어로 유고의 세르비아인들에게 호소했다. 그는 강경한 어조로 유고 정부의 인종 청소를 비난했으나 유고 국민을 향해서는 어린 시절 베오그라드에서 자신의 가족이 받았던 환대를 거론하며 “세르비아인들과는 싸울 이유가 없다”고 유화적 태도를 보였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