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했던 존슨」 닮는 클린턴…월스트리트저널 진단

  • 입력 1999년 4월 5일 18시 56분


미워하면서 닮는다고 했던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린든 B 존슨 전 대통령을 싫어했으나 요즘에는 점점 닮아가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지가 최근 진단했다.

클린턴은 60년대 반전세대. 클린턴은 존슨이 수행하던 베트남전을 비판했고 69년에는 교묘한 방법으로 징집을 면해 베트남전에 참전하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 클린턴은 다르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우선 클린턴은 존슨과 마찬가지로 공군력만으로도 적을 섬멸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격 목표를 한정하는 전략도 베트남전 초기의 존슨과 비슷하다.

그런데 베트남의 호치민처럼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 대통령도 이 전략의 한계를 꿰뚫어보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역사학자 앤더스 스테판선 교수는 “호치민처럼 밀로셰비치는 힘을 갖고 있는 것과 사용하는 것은 별개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적거리는 의회지도자들을 꼬드겨 의원들을 설득하게 만드는 정치력에서도 클린턴과 존슨은 닮았다. 민주당 조셉 비덴 상원의원은 “회의장에 들어설 때는 투덜거리던 의원들도 클린턴의 말을 듣고 나올 때는 태도가 표변한다”고 털어놓았다.

존슨도 처음에는 베트남전에 투입할 군사력의 한계를 정확하게 설정했으나 슬금슬금 병력을 늘렸다. 유고공습 초기 지상군 투입은 절대 없다고 공언했던 클린턴도 아파치 헬기 24대와 미군 2천명을 투입키로 결정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 결정이 두 사람의 닮은 점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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