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종족분쟁 200명 사망…유혈충돌 일주일 지속

  • 입력 1999년 3월 23일 07시 36분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 서부 삼바스에서 16일 시작된 원주민과 이주민 사이의 종족분쟁이 악화돼 22일까지 2백명 이상이 숨지고 1백50여명이 다쳤다고 현지언론들이 보도했다.

석간 베리타 부아나 신문은 원주민 다야크족과 이주민 마두르족이 유혈충돌을 계속했다고 전하면서 그 과정에서 가옥 1천6백채 이상이 불타고 1백85채가 파손됐으며 삼바스에서 도망친 사람도 모두 2만3천95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삼바스 지역 종족분쟁은 정부의 이주정책에 따라 자바섬 인근 섬에서 이주해온 마두르족의 버스요금 지불문제로 원주민 말레이족과 다야크족이 이주민 마두르족을 공격하면서 촉발됐다.

이에 앞서 다야크족 수백명은 21일 모터보트를 타고 삼바스강을 건너 마두르족 집단거주지역으로 쳐들어가 가옥 수백채를 불태우고 주민들에게 칼을 휘둘러 여러 사람을 숨지게 했다.

한편 54개 원주민 단체들로 구성된 ‘섬 원주민 연합’ 소속 회원 수십명은 이날 국회의사당 앞에서 민족의상 차림으로 시위를 갖고 자신들의 자치권 강화와 생존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자카르타DPAAFP연합〉

◆ 印尼 왜 시끄러운가

지난해 5월 민주화시위로 수하르토 대통령을 32년의 권좌에서 몰아낸 인도네시아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수하르토 이후 권력과 권위의 공백기에 종교와 종족 등에 의한 해묵은 갈등이 한꺼번에 분출되고 있다.

특히 올해초부터 암본섬에서 계속된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 사이의 충돌을 막는 과정에서 10일 군의 발포로 10여명의 민간인이 희생되자 공권력은 권위와 신뢰를 상실했다.

▽종교 갈등〓1월19일 암본섬에서 버스요금을 내지 않은 이슬람교도 승객과 기독교도 운전사의 언쟁에서 비롯됐다. 이곳에서는 현재까지 양측의 충돌로 2백여명이 숨졌고 수천채의 가옥이 불탔다. 지난해 11월에도 자바섬의 케타팡에서 이슬람교도들이 암본섬에서 이주해온 기독교도들을 공격해 20여명이 숨졌다.

▽종족 갈등〓지난해까지는 인구의 1%에 불과한 화교(華僑)가 국가경제의 80% 이상을 장악한 데 불만을 품은 반(反)화교 폭동이 주류였다. 3백여 종족이 있지만 수하르토의 강권통치 아래서는 갈등이 별로 표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서칼리만탄주 삼바스에서 16일부터 원주민 다야크족과 이주민 마두르족이 충돌해 불과 1주일만에 2백여명이 사망하는 등 종족갈등이 표면화됐다.

▽독립과 자치요구〓동티모르에서는 7월에 자치여부 주민투표가 실시되지만 동티모르인 상당수는 자치가 아닌 분리독립을 요구하며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수마트라섬 서부의 아체특별주와 이리안자야주도 독립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각지에서 독립과 자치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