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美기업 인수 러시]대서양의 세기 다시 열리나

  • 입력 1999년 3월 7일 19시 55분


‘미국은 유럽자본의 기업 쇼핑 몰.’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지는 최근 ‘대서양의 세기(世紀)’란 특집기사에서 붐을 이루고 있는 유럽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를 이렇게 표현했다.

유럽의 미국 기업 사들이기는 작년 5월 독일의 다임러가 크라이슬러를 인수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독일의 거대 미디어그룹인 베어텔스만이 미국 최대 출판업체 중 하나인 랜덤 하우스를 인수한데 이어 컴퓨터 통신업체 아메리카 온라인(AOL)과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등 대대적인 미 대륙 상륙작전을 벌였다.

올 1월 영국 보다폰그룹은 미국 벨애틀랜틱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업체인 미국 에어터치를 인수했다. 벨이 인수하는듯 했으나 보다폰이 뛰어들어 벨이 제시한 가격보다 1백70억달러 많은 6백20억달러를 써내 에어터치를 가로챈 것.

비즈니스 위크는 이 인수전을 “한물 간줄 알았던 유럽 기업이 일으킨 쿠데타”라고 표현했다.

영국의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은 5백30억달러에 아모코를 인수했으며 독일 도이체방크는 뱅커스트러스트은행을 인수할 계획이다. 유럽의 세계적 통신장비업체인 알카텔은 작년 여름 DSC커뮤니케이션사를 44억달러에 사들인데 이어 최근에는 재미교포 김윤종씨가 설립한 실리콘 밸리의 벤처기업 자일랜을 20억달러에 매입했다.

유럽 기업의 미국시장 잠식도 놀랍다.

독일 자동차사 폴크스바겐이 미국 베이비붐 세대를 겨냥해 작년초 출시한 ‘뉴 비틀’은 없어서 못팔 정도다. 핀란드의 노키아와 스웨덴의 에릭슨은 미국은 물론 세계 장거리통신장비 시장을 점령했다.

경제위기를 겪은 아시아지역에 대한 유럽기업의 투자도 매우 적극적이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지가 최근 아시아지역에 진출한 미국과 유럽 기업 경영자 5백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유럽기업인 50%는 ‘지금이 투자 적기’라며 적극적인 진출의사를 표명한 반면 대부분 미국 기업인들은 ‘아직 때가 이르다’는 반응을 보여 대조적이었다.

유럽 기업이 이처럼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강력한 구조조정 덕분이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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