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업 줄줄이 팔린다…지난해 61건 1조엔 넘어

  • 입력 1999년 3월 1일 20시 04분


‘일본 기업이 외국에 팔려 나간다.’

경기불황과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일본기업을 미국 등 외국기업들이 잇따라 사들이고 있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미국 컨설팅회사 KPMG는 1일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거액의 자본참여를 포함해 지난해 외국기업에 의한 일본기업의 인수 합병(M&A)이 61건이었으며 금액으로는 1조엔을 훨씬 넘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외국기업의 일본기업 M&A 건수와 금액은 연간 기준으로 모두 사상 최고수준이었다.

지난해 M&A건수는 1년전의 51건보다 19.6%, 93∼97년의 5년간 연평균 42건보다 45.2%가 각각 늘었다.

세계 최대의 비은행계 금융기관인 미국 GE캐피털이 일본리스를 8천억엔에 사들이는 등 장기호황을 누리는 미국기업의 M&A가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특히 외국기업이 일본 금융기관을 사들이는 일이 급증했다. 일본 리스 이외에도 닛코(日興)증권이 미국 트래블러스 그룹에, 도호(東邦)생명보험이 GE캐피털에 팔리는 등 18개 금융기관의 경영권이 외국기업에 넘어갔다.

이같은 현상은 ‘미일 경제역전’을 상징한다. 80년대 후반에는 일본기업들이 컬럼비아 영화사와 록펠러센터 등 미국 주요기업과 부동산을 마구잡이로 사들여 미국인들이 “미국의 영혼과 땅이 일본에 팔리고 있다”는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일본경제의 거품이었고 그 거품은 이내 꺼졌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