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학들, 「인류최고 발명품」인터넷 논쟁

  • 입력 1999년 2월 4일 19시 44분


“2천년 인류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명이나 발견은 무엇일까?”

노벨상수상자를 비롯한 1백여명의 세계 석학들이 인터넷 대화방을 통해 ‘인류 최고의 발명품’을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4일 일본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미국작가 존 브로크만이 작년 10월 세계의 저명한 과학자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내면서 시작된 이번 논쟁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발명은 ‘인쇄기술’.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필립 앤더슨박사 등은 인쇄기술을 꼽으며 ‘특권계급이 독점해온 지식을 대중으로 넓힌 공적’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한 물리학자는 ‘시계’를 추천하며 “개인의 감각에 의존한 시간의 경과를 수량화한 공이 크다”고 주장했다.

여성의 ‘경구용 피임약’을 내세운 영국 옥스퍼드대 생리학교수는 “가족구조 및 여성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이색적인 것은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추천한 ‘모차르트 음악’. 이 교수는 “모차르트 음악은 악용이나 남용의 위험성이 전혀 없어 핵분열과 항생물질 등 다른 발명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민주주의’ ‘수학의 미적분’ ‘지동설’ ‘종교’ ‘수 0의 발견’을 내세운 사람들도 있었다. 민주주의는 “계급 인종 성차별이 없는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 가능성”이 추천 이유였다.

일부 학자들은 기독교 이슬람교 등 ‘종교’를 든 반면 “신 중심의 세계해석으로부터 인간을 자유롭게 만들었다”며 ‘세속주의’를 꼽은 학자도 있었다.실물로는 존재하지 않는 철학적 사유(思惟)인 ‘회의주의(인간의 해석능력을 향상)’와 ‘자유의사(환상에 불과하지만 절대로 필요한 환상)’ 및 ‘언어(어떤 위대한 발명도 언어가 없으면 불가능)’도 추천됐다. ‘화폐’ ‘전기모터’ ‘비행기’ ‘상대성이론’ ‘거울’도 후보로 등장했다.

또 ‘돋보기’‘지우개’ 등 뜻밖의 발명품을 꼽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돋보기’는 “시력이 좋은 연령층이 세계를 지배하는 것을 막았다”는 이유로, ‘지우개’는 “인류의 잘못을 수정할 수 있게 했다”는 이유로 추천됐다.

이와 함께 산업혁명을 가능케 한 ‘증기기관’(인간을 육체노동에서 해방시켜 여가시간을 창출)과 정보화사회의 총아인 ‘컴퓨터’(환경문제 등 미래 문명파괴를 방지) ‘디지털정보’(화상 음악 문자를 하나로 통일)도 포함됐다.

이번 인터넷 논쟁을 소개한 아사히신문은 시평에서 “종교를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모차르트라는 천재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절망시켰으며 민주주의는 아직 어느 곳에도 없지 않느냐”며 “최고의 발명품은 최악의 발명품인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번 논쟁은 인터넷(http://www.edge.org)을 통해 일반인에게도 공개되고 있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