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 포럼]아난총장,「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역설

  • 입력 1999년 2월 1일 19시 35분


세계 재계 지도자 및 국제금융기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가 중심 화두로 떠올랐다.

화두를 던진 사람은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아난사무총장은 지난달 31일 연설을 통해 “세계화는 엄연히 삶의 현실이 됐다”고 지적하고 “우리는 단기적 이익만 추구하는 세계화와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중 하나를 선택하는 기로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를 강조한 아난총장의 주장은 이번 포럼의 주제인 ‘책임있는 세계화―세계화의 충격 관리’와도 맞물리는 것이어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아난사무총장은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재계 지도자들이 개별 기업 단위에서 인간적 가치를 포용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간 존중을 위한 3대 가치로 세계인권선언 국제노동기구(ILO)선언 리우환경회담선언 등에 반영된 인권 노동권 환경보호 등을 제시했다.

세계화와 관련, 리콴유(李光耀)전싱가포르 총리와 둥젠화(董建華)홍콩행정장관은 ‘아시아적 가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리전총리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근면절약 등 유교에 바탕을 둔 아시아적 가치에 서구의 합리적 사고를 가미한 새로운 아시아 모델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둥장관도 “가족간의 끈끈한 유대를 중시하는 아시아적 가치는 유착자본주의 같은 부작용을 가져오기는 했지만 20년 동안 아시아국가들이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수백만명을 가난에서 구출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강조했다. 포럼 참석자들은 금융위기 해소책과 관련, 환율안정이 세계 금융 위기의 재발을 막는 최선책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으나 구체적 환율안정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미국측은 변동환율제의 고수를 주장한 반면 유럽과 일본은 ‘목표환율대’를 두자는 독일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영국의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은 경제위기를 사전에 예방하는 조기경보시스템을 제안했으나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은 경제불안과 공황상태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 스탠리 피셔 국제통화기금(IMF)부총재는 아시아경제위기에 대한 IMF의 처방이 잘못됐다는 비판을 반박하면서 한국과 태국을 IMF 처방의 성공 사례로 들었다.

피셔부총재는 “IMF의 계획은 아시아에서 비판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며 “그 예로 한국 경제는 호전됐으며 내년에는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다보스(스위스)〓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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