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병 실태]阿-남미 50여국 30만명…총알받이 전락

  • 입력 1999년 1월 10일 19시 58분


“시에라리온의 수도 프리타운을 점령한 반군의 모습을 보고 많은 주민들은 경악했다. 군복도 제대로 입지 못한 반벌거숭이의 소년병들이 섞여 있었다. 총을 든 7,8세의 어린이들도 대통령궁 공격에 가담했다. 소년병 대부분은 마약이나 술에 취한 상태에서 겁없이 돌격했다.”

영국 BBC방송과 외신들은 6일 아프리카 서해안의 조그만 나라 시에라리온에서 벌어진 소년병 실상을 이같이 전했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정치적 종교적 또는 종족간 분쟁에서 무고한 어린이들이 희생되고 있다.

유엔아동기금과 휴먼라이츠워치 등 국제단체들은 소년병의 개념을 ‘만 18세 미만의 병사’로 규정하고 그 숫자는 전세계 50여개국에 약 3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아프가니스탄 시에라리온 우간다 스리랑카 콜롬비아 등 오랜 내전으로 정규병력이 부족한 나라에 많으며 반군뿐만 아니라 정부군에도 있다.

▽모집형태〓대부분 강제동원된다. 많은 경우가 납치다. 정부군도 배정된 인원수를 맞추기 위해 나이를 속여 징집하는 경우도 있다. 수단에서는 버스를 타고 등교하던 학생 모두가, 과테말라에서는 교회에서 예배를 보던 어린이들이 반군에 끌려간 적도 있다.

▽훈련〓잔혹성과 용감성을 먼저 키운다. 소년들은 입대 후 담력을 쌓기 위한 ‘지옥훈련’을 거친다. 모잠비크 반군단체인 ‘레나모’는 처음 징집된 소년들에게 가족을 살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페루의 한 반군단체는 포로의 배를 가르게 하기도 했다.

무서워하는 소년병에게는 마약과 부적으로 특별처방을 한다. 많은 소년병들은 마약에 취한 채 전투에 투입된다. 이들은 몽롱한 상태에서 무서움을 잊고 공격명령에 따른다.

시에라리온 친정부 무장단체인 시민방위군의 소년병들은 유리조각이나 나무로 된 부적을 지니고 다닌다. 부적을 갖고 있으면 총알이 피해간다고 믿는다. 사망한 동료들은 거짓말을 했거나 불순한 생각을 품었기 때문에 벌을 받은 것으로 생각한다. 이 나라의 반군세력인 혁명통일전선(RUF)은 친정부 마을의 주민들을 복속시키기 위해 소년병을 시켜 마을 지도자를 살해하게 했다.

▽역할〓소년병들은 심부름꾼 전령 보초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전투에도 투입된다. 많은 경우 총알받이로도 쓰인다. 콜롬비아 반군은 소년병을 ‘딸랑이’라고 부른다. 보초나 첨병을 맡는 이들의 비명소리를 듣고 적이 기습했거나 지뢰가 매설되었음을 미리 알 수 있기 때문.

여자어린이에게는 또 하나의 임무가 추가된다. 성노리개다.

탈출을 시도하는 소년병은 잔인하게 응징한다. 콜롬비아 반군은 배신한 소년병을 동료들에게 살해케 한 뒤 그의 피를 나눠 마시게 했다.

▽대책〓유엔을 비롯한 각종 국제단체는 분쟁지역 국가와 단체들에 어린이들의 징집을 금지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실효성은 거의 없다. 병력이 부족한데다 명령을 잘 따르는 등 효용성이 높아 소년병의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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