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유럽수출 비상…다각적 마케팅전략 준비

  • 입력 1999년 1월 4일 19시 59분


유로화가 출범한 지 나흘이 지났지만 국내 기업들의 반응은 아직 정중동(靜中動)이다. “대유럽 수출에 당장 큰 영향은 없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혁명적인 변화가 올 것”이라며 다각적인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수출업체들은 특히 달라질 유럽 소비자 의식에 따른 새로운 마케팅 전략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나라마다 들쭉날쭉하던 가격이 단일통화로 속속들이 비교되기 때문에 ‘똑똑해진’ 소비자들을 상대하기가 만만치 않게 됐다.

현대자동차는 유럽의 유명 컨설팅회사인 KPMG에 ‘유로화 출범에 따른 새 판매전략’을 의뢰했다. 같은 차종이 이탈리아보다 영국에서 30∼40% 더 비싼 값에 팔리고 있는 가격차이를 포함해 판매시스템 전반의 개편을 고려중이다. 수십년간 유지해온 현지 딜러제 대신 직영 대리점을 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유럽 나라별로 다른 가격을 붙이던 제품 일부를 ‘단일가격제’로 바꾸고 있다. 또 현지 시장조사와 소비자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다. 수출팀 박성수부장은 “결국은 가격 단일화가 가장 큰 문제”라면서 “나라별로 차이가 있어 완전한 일물일가(一物一價)는 어렵겠지만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화 전산시스템 구축도 활발하다. 종합상사들은 이미 대부분 작년에 유로전산망을 마련해 새해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대우의 경우 유로화와 전세계 11개 주요통화를 연동시켜 환리스크를 방지하는 기능까지 갖췄다.

환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시중은행에 유로화 계좌를 개설하는 기업도 잇따르고 있다.

한편 무역협회는 대기업에 비해 아직 유로화대책이 미흡한 중소기업들을 상대로 한 ‘유로강좌’를 이달중 잇달아 열 예정이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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