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연구팀,다세포동물 유전자구조 완전히 밝혀냈다

  • 입력 1998년 12월 11일 19시 30분


사상 처음으로 다세포 동물의 게놈(유전자구조 또는 염색체 지도)이 완전히 규명됐다.

이에 따라 인간의 유전자구조의 규명작업도 급진전을 이룰 전망이다.

영국 생거센터와 미국 워싱턴대의 공동연구팀은 선형동물(회충류)의 하나인 ‘캐노햅디티스 엘레간스’의 유전자구조를 밝히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10일 일제히 보도했다.

이 동물은 현미경을 통해서만 볼 수 있을만큼 작지만 인간처럼 신경조직 소화기관 성(性) 등을 갖춘 ‘완전동물’로 실험실에서 많이 이용되고 있다.

연구팀은 이 동물의 DNA는 9천7백만개의 기본화학단위로 구성된 1만9천99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 담긴 유전자 정보를 신문지 크기에 인쇄하면 2천7백48쪽 분량.

이번에 밝혀진 것은 다세포생물의 유전자구조 연구에 있어 기념비적인 내용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박테리아나 이스트 처럼 단세포동물의 유전자구조만 밝혀져 있었다.

미국 국립과학원의 회장인 브루스 앨버츠박사는 “지난 10여년간의 연구를 통해 벌레와 인간은 유전자 구조에서 놀랄만큼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이번 성과가 인간 유전자의 해명을 엄청나게 앞당길 뿐만 아니라 생명현상의 신비를 규명하는데 있어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연구기관은 인간 유전자구조 해명작업도 함께 하고 있는데 이 분야에서도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생거센터의 존 설스턴박사와 워싱턴대의 로버트 워터스턴박사가 대서양이라는 엄청난 지리적 거리에도 불구하고 공동연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것도 주목거리. 두 사람은 케임브리지에서 처음 만나 함께 공부했으며 당시 지도교수였던 시드니 브레너박사가 이 선형동물을 ‘완전동물’의 연구모델로 선정해 주었다.

설스턴은 이 동물이 수정란에서 어떻게 9백59개 세포로 구성되는 성체로 자라는지를 규명한 후 염색체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근육질병에 관심이 많았던 의사인 워터스턴은 브레너로부터 “벌레의 근육질환부터 연구해보라”는 권유를 받고 연구에 동참했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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