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상원 재판부 피노체트 판결 이모저모]

  • 입력 1998년 11월 26일 19시 05분


영국 상원의 5인 재판부는 25일 3대2의 아슬아슬한 차이로 반인류범죄를 저지른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면책특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기념비적 판결’을 내렸다. 피노체트 전 칠레대통령은 런던 북부의 병원에서 아내 루시아와 함께 TV 생중계를 지켜보다가 5번째로 발언에 나선 호프먼경이 면책특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하자 고개를 떨구었다. 그는 공교롭게도 이날 83세 생일을 맞았기 때문에 생애 최악의 생일선물을 받은 셈.

○…반(反)피노체트 진영에 선 수천명의 칠레인들은 판결이 내려진 직후 거리로 쏟아져 나와 “범죄자는 면책특권이 없다”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가두행진을 벌이며 일제히 환호. 런던 의사당 앞에 나와있던 2백여명의 칠레인들도 ‘승리’를 외치며 샴페인을 터뜨리면서 피노체트를 조롱하기 위해 ‘해피 버스데이’를 외치기도. 반면 칠레의 에두아르도 프레이 대통령은 “우리는 피노체트 상원의원의 면책특권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히 투쟁해왔으며 오직 칠레만이 그를 기소할 수 있다”면서 스페인의 피노체트 신병인도 요청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발표.

○…피노체트의 신병인도를 가장 먼저 요청한 스페인의 호세 마리아 아즈나르 총리는 “상식과 사법부의 독립을 엄정히 준수한 결정”이라고 이번 판결을 평가.

1심판결후 피노체트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 영국 상원에 압력을 넣었던 프랑스의 리오넬 조스팽 총리도 “이 판결은 놀라운 일이며 기뻐할 일이자 동시에 독재자들에게는 나쁜 소식”이라며 흡족함을 표시.

○…이날 5명의 재판관들은 한사람씩 차례로 일어나 피노체트에게 면책특권을 인정한 1심 판결이 옳은지 여부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개진.

두명의 법관이 연달아 피노체트의 면책특권을 인정해 1심이 굳어지는 듯 했으나 세번째 네번째 법관이 면책특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보인데 이어 마지막 다섯번째로 일어선 호프먼경이 면책특권 불인정을 선언해 극적으로 1심이 뒤집어졌다.

〈런던·마드리드·산티아고외신종합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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