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정상회의 스케치]

  • 입력 1998년 11월 18일 19시 30분


○…18일 APEC 정상회의는 콸라룸푸르 외곽의 한 대농장에 있는 사이버뷰별장에서 오전과 오후 두차례로 나눠 진행됐다.

오전회의에서 아시아 경제 및 금융안정에 관한 선도연설을 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추안 릭파이 태국총리는 금융위기국가 중 가장 모범적으로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연설자로 선정됐다.

각국 정상들은 모두 말레이시아측이 제공한 이 나라 전통의상 ‘바티크’를 입고 회의에 참석했는데 김대통령은 이날 국명 알파벳순에 따라 8번째로 회의장에 입장.

회의장에는 정상들과 통역 1명씩만 입장이 허용돼 각국 수행원들은 옆방에서 화면을 통해 토론내용을 지켜봤다.

○…사이버뷰 별장은 말레이시아가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본떠 아시아 최대의 멀티미디어센터로 개발한다는 야심찬 계획에 따라 지은 본부 건물군 중 일부. 말레이시아는 정상회의전까지 이 센터의 1차공사를 완공, 자신들의 발전상을 과시하려 했으나 경제난으로 공사 진척이 지연됐다.

한편 앨 고어 미국부통령은 주최측이 제공하는 승용차 대신 자신의 링컨콘티넨털 리무진을 타고 수많은 경호차량을 대동하고 회의장에 도착해 눈길.

○…김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에서도 4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때처럼 회의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데 정상외교의 역점을 뒀다.

김대통령은 특히 ‘미국 일본 중국 등 경제강국들의 책임있는 역할’을 경제선언문에 명시토록 하는데 성공했는데 홍순영(洪淳瑛)외교통상장관과 한덕수(韓悳洙)통상교섭본부장은 이를 위해 21개 회원국 각료들을 접촉, 개별설득을 했다는 것.

그러나 미국 일본 중국 등은 ‘책임있는 역할’에 반대하지는 않으면서 “국명은 빼자” “표현을 고치자”고 버텨 결국 ‘주요 선진경제국들은 강력한 내수진작책을 취한다’는 선에서 낙착됐다는 후문.

한국대표단은 또 김대통령의 무역자유화 의지에 따라 무역자유화 원칙을 강력히 밀어붙였는데 종래와 다른 한국측의 드라이브에 다른 회원국들이 모두 ‘충격’을 받는 모습이었다고.

〈콸라룸푸르〓임채청·김창혁기자〉cc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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