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연쇄정상회담 대화록]

  • 입력 1998년 11월 17일 19시 24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7일 오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의 공식환영행사 직전 행사장인 POGH호텔에서 30여분간 앨 고어 미국부통령을 접견했다. 이날 오전엔 존 하워드 호주총리, 장 크레티앵 캐나다총리, 에두아르도 프레이 칠레대통령과 각각 정상회담을 가졌다.

[고어부통령 접견]

김대통령과 고어부통령은 특별한 주제 대신 안보 경제 환경 등 여러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미국측은 이날 접견에 앞서 너무 구체적인 얘기는 하지말자고 제안했다. 한국측은 이를 빌 클린턴대통령의 방한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했다.

클린턴 대통령 대신 APEC회의에 참석한 고어부통령은 미국대사관을 통해 김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한국측은 처음에 고어부통령이 김대통령을 직접 만나는 것은 클린턴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할 수 없다는 얘기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미국측은 ‘오해’라고 해명했다.

[한―호주정상회담]

▼김대통령〓우리 외환위기 때 2선자금 10억달러 지원 약속을 해준 데 감사드린다. 모든 나라가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워드총리〓우리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를 돕기 위해 50억달러의 자금을 추가지원할 준비를 하고 있다. APEC의 목적이 무엇이 돼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다.

▼김대통령〓경제가 어려울수록 교역은 확대돼야 한다. 자구노력을 하는 나라에 대해서는 국제사회가 도와 성공하도록 해야 한다.

▼하워드총리〓동감이다. G22의 역할이 강조돼야 한다. G7은 일본 외의 아시아의 목소리를 전달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한―캐나다 정상회담]

▼김대통령〓이번에 중국에 가신다는데 다음에는 한국도 방문해달라.

▼크레티앵총리〓한국 방문을 원한다. 한국원자로는 세계 최고수준이다. 원전분야에서 양국의 협력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캐나다 제지산업이 한국투자를 원하는데 조기에 허용되도록 해달라.

▼김대통령〓공정거래위원회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 방문시 중국의 원전사업에 한국기업의 참여를 요청했다. 중국과 터키의 원전사업 공동진출을 검토했으면 한다.

▼크레티앵총리〓중국이 캐나다형 원전을 구입할 때 리펑(李鵬)총리가 한국에 가서 원전을 보고난 뒤 결정했다. 중국은 앞으로 많은 원전건설이 예상되므로 한국과 캐나다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초청장 사본을 전달하면서)조속한 시일 내 각하의 캐나다 방문을 초청한다.

[한―칠레정상회담]

▼김대통령〓칠레에서 제안한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실무협조를 했으면 한다. 이를 통해 양국의 교역과 투자가 증진되기를 기대한다.

▼프레이대통령〓작년 밴쿠버회의 결과에 대해 우리는 반대한다. 그러나 APEC 테두리 내에서 관심을 갖고 상호협력하면 될 것이다.

▼김대통령〓서로 지혜를 짜서 아시아인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자.

〈콸라룸푸르〓임채청기자〉cc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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