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티르 「악몽의 APEC」…국제적 냉대에 곤혹

  • 입력 1998년 11월 17일 19시 09분


마하티르 모하메드 말레이시아총리는 자국의 수도 콸라룸푸르에서 제7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것을 두고두고 후회할 지도 모른다.

자신을 반대하는 반정부세력들에게 ‘반정부 시위’의 멍석을 깔아준 셈인데다 회의에 참가한 각국 정상의 냉대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태도는 내정간섭을 넘어 마하티르의 퇴진을 목표로 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

APEC회의에 참석 중인 앨 고어 미국부통령은 16일 재계지도자들과의 모임에서 “말레이시아 민주개혁운동을 지지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마하티르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는 여러가지 언어로 민주주의와 개혁을 요구하는 소리를 계속해서 듣는다”며 “당장 이곳에서 용감한 말레이시아 국민으로부터 ‘레포르마시(개혁)’와 ‘도이모이(쇄신)’란 소리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15일 콸라룸푸르를 방문 중인 안와르의 부인 아지자 이스마일을 만남으로써 말레이시아정부에 압력을 가했다.

고어부통령은 의장국 원수와 개별회담을 가져왔던 전례를 무시하고 마하티르총리와의 면담도 거부했다.

마하티르총리와 정부관계자들은 안와르 문제에 대해 공식 대응을 자제하면서도 미국의 태도에 격분하고 있다.

마하티르총리에게 이번 회의는 빨리 끝내고 싶은 ‘악몽의 나날’이 되고 있다.

〈황유성기자〉yshw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