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방한의미]金대통령 햇볕정책 힘실어주기

  • 입력 1998년 11월 6일 19시 22분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이번 방한(訪韓)은 ‘준비된 방문’이 아니다.

핵확산 방지를 위해 아태경제협력체(APEC)회의에 참석한 후 인도와 파키스탄을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이 계획이 취소되는 바람에 대신 일본과 한국에 오는 것이다.

또 6월 워싱턴에서의 한미 정상회담 때 양국간 포괄적 동반자관계에 관해 이미 깊숙한 논의가 있었기 때문에 긴급히 조율해야 할 현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그의 방한 의미가 가벼울 수는 없다. 그는 한미 양국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이 내외의 도전에 직면해 있는 시점에 한국에 온다. 따라서 이러한 정책기조를 재확인하는 의미를 갖는다.

다행히 미국은 민주당정부가 중간선거에서 선전함으로써 포용정책을 계속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 한국에서도 현대그룹의 금강산 관광사업이 진전을 보임에 따라 포용정책의 정당성이 입증되는 듯한 분위기다.

더욱이 클린턴대통령은 최근 중동평화협상을 마무리지은 직후라 이번 방한에서도 ‘세계평화 중재자’로서의 면모를 자연스럽게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과시는 곧 북한의 핵시설 의혹이나 미사일위협에 대해서는 단호한 태도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에 대해서는 변함없는 지지를 다짐하는 힘이 될 것이란 관측들이다.

김대통령은 또 클린턴대통령의 이번 방한이 한국경제에 대한 신인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임동원(林東源)청와대외교안보수석은 “최근 한국경제에 대한 대외신인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의 경제개혁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지속적인 지원 의사를 밝힐 경우 신인도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김대통령은 이달말까지 5대 그룹의 기업구조조정을 마무리한다는 목표 아래 경제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클린턴 방한카드’가 시의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클린턴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88년 그가 아칸소 주지사 시절 통상사절단을 이끌고 방한한 이래 네번째. 역대 미국대통령으로서는 가장 자주 한국을 찾는 셈이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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