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방일/전문가 평가]신용하 서울대교수

  • 입력 1998년 10월 8일 19시 19분


새로운 시대의 동반자관계를 구축하려는 한국대통령의 진지함과 열의는 이해하지만 일본측의 무성의로 과거사문제에 진전이 전혀 없다.

우선 일본의 국가원수인 국왕은 “한때 일본이 조선반도 주민에 고통을 준 것은 이미 깊이 아픔을 느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생각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발언은 과거 한국대통령 방일 때 표명했던 것과 달라진 것이 없음을 스스로 밝힌 것이다. 실망스럽다.

일본 총리는 국가수반이 아니라 행정수반이고 여러 대신 중 ‘수석(首席)’에 불과하기 때문에 예컨대 자민당의 총리급 각료 또는 의원이 망언을 하면 상쇄돼 버리고 만다. 일본은 입헌군주제인 만큼 두 개의 국가기관, 즉 일왕(日王)이나 의회의 결의가 있어야 의미가 있다.

한일 양국이 21세기 동반자관계를 위해 서로 노력해야 함은 분명하다. 하지만 쌍방이 다같이 노력해야지 우리만 노력한다고 동반자관계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역사교과서 왜곡 시정, 군대위안부 책임과 국가배상 인정 등 실천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또 한일협정 이후 1천5백억달러에 달하는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정책적 배려도 행동으로 증명돼야 한다. 한국측이 열의에 넘쳐 너무 양보한 것이 아닌가 염려된다.

신용하(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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