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총선]「퇴장하는 영원한 재상」 헬무트 콜

  • 입력 1998년 9월 28일 19시 51분


동서독 통일의 위업을 이루고 유럽통합의 새로운 물꼬를 튼 독일의 ‘영원한 재상’ 헬무트 콜 총리(68)는 이제 역사의 무대에서 물러난다.

콜총리는 27일 선거 결과가 나온후 “유권자들이 사민당(SPD)의 승리를 결정했다”며 패배를 인정하고 소속정당인 기민당(CDU)의 당수직을 사임한다고 말했다.

82년 10월 사민 자민당(FDP) 연립정권의 붕괴로 헬무트 슈미트 당시 총리가 불신임으로 사퇴한 후 의회표결로 총리에 오른 콜은 한때 ‘과도기 인물’이라는 평가도 받았으나 이후 4차례나 연임에 성공하면서 전후 서유럽 국가에서 최장수 총리로 재직했다.

그는 역시 독일역사에서 3번째 통일을 이룩해낸 ‘통일총리’다. 89년 가을에 갑자기 다가온 통일분위기와 주변국의 반대를 협상과 인내 그리고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90년7월1일, 동서독간의 경제 및 화폐통합을 연방은행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강행했으며 구소련을 설득하기 위해 모스크바를 세차례나 방문해 통일의 걸림돌을 결정적으로 제거했다. 그 덕분에 동서유럽을 갈라놓았던 냉전의 커튼도 걷혀졌다. 유럽을 한지붕으로 만들었다.

그는 자신의 꿈인 유럽통합을 완수하려 했으나 높은 실업률과 장기집권에 대한 국민의 싫증과 ‘새 바람’을 원하는 유권자의 선택으로 유럽통합의 첫 성과인 단일통화 ‘유러’의 출범을 불과 3개월 앞두고 물러나게 됐다. 라인강변 루드비히스하펜에서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세무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난 콜 총리는 일찍부터 정치에 관심을 가져 종전 직후 유럽통합을 촉구하는 청년운동에 참여했다. 그는 프랑크푸르트대와 하이델베르크대에서 역사와 법률 정치학을 전공했다. 고교시절인 47년 기민당에 입당한 그는 58년 문학 박사학위를 받자마자 정계에 투신해 69년 라인란트 팔츠 주 총리, 73년 기민당 총재로 선출됐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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