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모라토리엄 한달]루블貨 폭락사태 「일단 진정」

  • 입력 1998년 9월 17일 19시 31분


17일로 러시아가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불유예)을 선언한 지 한달이 됐다.

최악의 경제위기와 함께 총리인준을 둘러싸고 보리스 옐친 대통령과 국가두마(하원)가 정면 충돌하는 정치불안. 러시아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뒤흔든 불안한 한달이었다.

▼정치 상황〓모든 정치 세력으로부터 무난하다는 평을 듣고 있는 예브게니 프리마코프총리의 등장으로 러시아의 정치상황은 일단 안정을 찾고 있다. 프리마코프총리는 이번 주말까지 각료 명단을 제출할 예정인데 이미 구소련시절 인사들을 많이 기용, 공산당이 주도하는 하원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했다.그러나 이번 갈등을 겪으면서 의회의 힘이 상대적으로 강해졌기 때문에 프라마코프가 의회 각 정파를 모두 만족시키지 못 할 경우 ‘의회의 정부 흔들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권력누수도 풍선에서 바람 빠지듯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상황〓새 정부가 뚜렷한 경제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 아직은 불투명한 상태. 18일경 유리 마슬류코프 제1총리가 경제청사진을 제시하면 앞으로의 경제상황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가장 먼저 취할 경제조치로 ‘통화증발’을 꼽고 있다. 현재 통용되는 루블이 절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통화증발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 모라토리엄 선언 직후 루블화 가치는 한때 달러당 20루블까지 폭락했으나 최근에는 달러당 7∼8루블선까지 오르는 등 환율이 안정세로 돌아섰다. 다만 15일 루블이 다시 달러당 10루블선까지 폭락하자 중앙은행이 16일 달러당 환율을 9.6117로 고시하는 등 불안요인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

▼사회 불안〓모라토리엄 선언 직후 극심하던 사재기는 루블화가 다소 안정을 찾음에 따라 수그러졌다. 그러나 한번 오른 물가는 아무런 변동이 없어 시민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는 상태. 설탕 등 생필품의 경우 한달전보다 가격이 1.5배나 올랐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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