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90일간 대외지불유예 선언…루블貨 32.8%절하

  • 입력 1998년 8월 17일 20시 09분


러시아는 17일 루블화 표시 외채에 대해 90일간의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불유예)을 전격 선언했다.

러시아는 이와 함께 대미(對美)달러당 루블화의 변동폭 상한선을 9.5루블로 대폭 확대, 사실상 루블화 가치를 32.8% 평가절하했다.

이에 따라 일본주가와 엔화가치가 동반 급락하고 아시아와 유럽 각국의 증시가 하락하는 등 ‘러시아발 국제금융위기’가 시작되고 있다.

러시아정부와 중앙은행은 이날 단기국채(GKO)를 대체할 다른 종류의 채권을 발행하기로 하는 한편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각종 채권 및 채권에 대한 보험료와 단기 환거래에 따른 지불을 90일동안 유예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세르게이 키리옌코 총리와 세르게이 두비닌 중앙은행총재는 이날 공동성명에서 “경제안정화 조치를 실현하기 위한 법적 뒷받침과 현재의 금보유고를 감안, 올 연말까지 루블화 변동폭을 달러당 6.0∼9.5루블로 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해 11월 루블화의 달러화 연동 변동폭을 1998∼2000년까지 6.2루블 ±15%, 즉 최소 5.25루블, 최대 7.15루블로 조절하되 올해에는 6.1루블선을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달러당 루블화환율 상한선이 7.15루블에서 9.5루블로 높아지면 루블화가치는 사실상 32.8% 절하되는 셈이다.

루블화의 평가절하는 루블화 자산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상업은행들의 대량 도산을 유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휴가중인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은 이날 급거 크렘린으로 복귀, 키리옌코총리와 금융안정대책에 관한 협의에 들어갔다.

한편 이날 도쿄(東京)증시의 닛케이(日經)평균주가는 오후장 한때 14,655.69엔까지 폭락,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가 지난 주말보다 329.27엔 하락한 14,794.66엔으로 끝나 15,000엔선이 무너졌다.

닛케이주가가 폐장가 기준으로 1만5천엔선 아래로 떨어지기는 6월하순 이후 1개월 20여일만에 처음이다.

또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는 루블화 평가절하 소식이 전해진 뒤 하락폭이 커지면서 지난 주말보다 2엔가량 폭락한 1백46엔대 후반에 거래됐다.

〈김기만기자·도쿄〓권순활특파원·모스크바외신종합연합〉keym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