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상황〓일본 식민지지배와 해방 그리고 전쟁의 참화를 겪으며 분단된 한국. 그러나 한국은 분단과 가난의 질곡에서 불과 수십년만에 벗어나 세계에서 주목받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한국이 다른 많은 개발도상국가의 모델이 될 만큼 고도성장을 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해온 것은 재벌. 그러나 재벌은 과도한 채무를 안고 무리한 팽창을 해오다 지난해 경제위기 이후 위기의 한 원인으로 지목받게 됐다. 한국이 지난해 12월 5백80억달러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한국 기업과 한국제품에 대한 종래의 긍지도 허물어졌다. 그러나 정부는 규제를 줄이고 기업들은 외국 기업들과의 합병을 통해 회생을 모색하는 등 한국 전체가 변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특히 외국인들의 국내 회사 소유지분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는 등 자본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경제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로운 한국을 찾아서〓서울 세종로 사거리에 우뚝 서 있는 이순신(李舜臣)장군상은 ‘경제국난’을 지혜롭게 극복하고 있는 한국인의 모습으로 투영되고 있다.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서울거리, 4·19 당시의 데모현장, 70∼80년대의 반독재 투쟁, 한해 10%가 넘는 고도성장. 과거 한국의 현대사를 보여주는 모습들이다. 그러나 한국의 보다 심각한 도전은 지난해말 찾아왔다. ‘IMF 관리체제’라는 혹독한 시련이다.
이제 비난의 대상이었던 외국자본에 대한 평가가 새로워지고 근대화의 기수로 칭송되던 재벌에 대한 재평가가 시작됐다. 자기희생을 미덕으로 경제발전에 진력해 온 한국인들은 이제 개방경제하에서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새로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다.
▼박세리가 왜 한국인들을 잠 못 들게 하는가〓‘골프여왕’ ‘세리 팩’이 시간대가 정반대인 미국 대륙에서 잇달아 승전보를 전할 때 한국인들은 새벽잠을 설치며 경기를 지켜봤다. 단순히 우승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돈이 없어 골프장에도 못 들어가 저수지 바닥에서 클럽을 휘두르며 연습 할 만큼 가난했던 세리가 세계 정상에 등극하자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구자룡·김승련기자〉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