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관 테러]지하드-사우디 반체제인사 배후 가능성

  • 입력 1998년 8월 9일 20시 27분


케냐와 탄자니아주재 미국대사관 인근에서 7일 동시에 발생한 차량폭탄테러의 배후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체제 인사 오사마 빈 라덴과 이슬람원리주의를 표방하는 이집트 무장테러조직 지하드가 용의선상에 올랐다고 미국언론들이 8일 보도했다.

워싱턴의 테러전문가들도 이번 사건의 배후로 아프가니스탄에 근거를 둔 지하드의 지도자 아이만 자하리와 그동안 대(對)미국인 테러를 공공연히 선언한 오사마 빈 라덴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이 두사람이 테러에 상호협력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있다.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사고발생 직후 수사요원 60명을 포함해 의료지원 경비병력 등 5백여명을 현지에 급파한 뒤 이날 가진 주례 라디오 연설을 통해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반드시 범인을 색출하겠다”고 다짐했다.

PJ크롤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이미 누가 이번 폭발사건의 책임자인지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한편 이번 폭탄테러의 사망자는 현재 1백53명이며 부상자는 1천7백여명에 이른다고 영국의 BBC방송이 8일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됐다는 점으로 볼때 아마추어의 소행이 아니며 케냐와 탄자니아의 반미그룹이 각각 따로 저지른 범행도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

이들은 특히 아프가니스탄에 체류하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을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 라덴은 올 6월 미국 ABC방송과의 회견에서 “군인 민간인을 불문하고 미국인을 대상으로 게릴라식 공격을 하겠다”고 말했다는 것.

○…케냐와 탄자니아에 도착한 미 연방수사국(FBI)수사관들은 폭탄테러에 사용된 차량과 폭약의 종류를 파악하는데 수사력을 집중. 프랭크 스카피디 FBI대변인은 “차량과 폭약종류를 파악하는 것은 ‘지문감식과 같은 것’”이라고 설명.

○…올 5월 인도의 기습적인 핵실험을 사전에 예측하지 못해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이번 폭탄테러로 또 한번 뼈아픈 일격을 당한 셈.

이번 테러를 감행한 단체는 테러에 대한 대비책이 허술한 나라들의 미국대사관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아 미 정보기관의 무능에 대한 비난이 다시 대두.

〈워싱턴·나이로비·다르에스살람외신종합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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