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마술자」 美 버핏,銀 매입 2천만달러 손실

  • 입력 1998년 6월 14일 19시 40분


‘투자의 마술사’로 불리는 미국의 워런 버핏(65)이 마음먹고 투자한 은값이 바닥에 떨어져 체면이 엉망이 됐다.

그것도 올 2월초 “작년 7월부터 뉴욕 선물시장에서 은 1억3천만온스(약 1조2천억원)를 매입해 1억달러(약1천4백억원)의 이익을 올렸다”고 발표한지 불과 넉달만의 일이어서 더욱 그렇다.

버핏이 매집을 시작할 당시 온스당 4.6달러였던 은값은 올 2월 9년래 최고치인 7.40달러를 정점으로 계속 곤두박질하더니 6월 들어서는 5.06달러대까지 떨어졌다.

버핏의 투자회사인 버크셔 해터웨이측은 최근 “매입가 기준으로 1천4백만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털어놓았다.

여기에 은을 보유함으로써 포기한 이자6백50만달러의 ‘보이지 않는’ 손실을 추가하면 총손실은 2천만달러선. 물론 은투자규모는 그의 전재산 4백억달러의 2.1%에 지나지 않는 미미한 것이지만 ‘투자의 귀재’에게는 부끄러운 기록이다.

뛰어난 시장예측력으로 해터웨이 본사가 위치한 지명을 따서 ‘오마하의 예언자’로 통해온 버핏이 가슴 아파하는 부분은 예언자로서의 명성에 오점이 남겨진 것과 그를 따라 투자한 상당수 개미군단의 손해.

버핏은 “국제 은시장은 장기균형가격보다 낮게 형성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은값은 오르게 돼있다”며 “은 매입을 계속하겠다”고 호언하고 있다.

그러나 뉴욕 월가에선 이를 곧이듣지 않는 분위기다. 그동안 행동에 앞서 자신의 견해를 밝힌 적이 없었던 그의 이같은 호언은 ‘은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팔아치우기 위한 책략’이라는 해석이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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