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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3월 27일 07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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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미국 아칸소주에서 발생한 10대 중학생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미국 사회가 충격에 빠져 있는 가운데 제자를 구하고 숨진 한 여교사의 숭고한 희생 정신이 미국인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뉴스전문채널 CNN을 비롯해 미 언론들은 앞다투어 이 교사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전했다.
주인공은 사건이 발생한 존즈버러중학교의 영어교사 쉐넌 라이트(32).
악몽같은 사건이 발생한 그날, 라이트교사는 여느때처럼 학생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교실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갑자기 화재경보기가 요란스럽게 울리자 그는 곧바로 학생들을 먼저 운동장으로 내보내고 곧 뒤쫓아 나갔다.
운동장에 발을 딛는 순간 총성이 잇따라 울렸다. 비명소리와 함께 피를 흘리며 운동장에 쓰러지는 제자들 사이로 그는 총을 들고 있던 미첼 존슨(13)과 눈이 마주쳤다. 존슨은 지난해 자신이 가르친 제자였다.
순간 라이트는 존슨의 총구가 앞서 가던 여학생 엠마 피트만을 향하고 있는 것을 알아챘다. “안돼!”
두번 생각할 틈도 없이 라이트는 어린 여제자를 온몸으로 감싸 안았다. 그는 제자 대신 가슴과 복부에 두발의 총탄을 맞고 그자리에 쓰러졌다.
곧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한마디 말도 남기지 못한 채 숨을 거두고 말았다.
라이트는 91년 아칸소대학을 졸업한 후 줄곧 존즈버러 중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해왔다.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온 라이트교사의 남편 미첼은 “아내는 집에 돌아오면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학생들 얘기를 꺼낼 만큼 아이들을 사랑했다”고 말했다. 미첼은 또 “아내는 문제학생들에 대해서 한번도 나쁘게 말하지 않았으며 언젠가는 이들이 올바르게 자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며 두살난 아들을 껴안고 눈시울을 붉혔다.
〈강수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