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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3월 25일 0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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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내용에서는 최저안전고도경보시스템(MSAW)이 고장난 상태에서 활공각유도장치(글라이드 슬로프)가 순간적으로 작동해 조종사의 고도 판단에 혼선을 일으킨 상황이 나타난다.
이날 사고기 조종석에 탑승했던 기장(박용철·42)과 부기장(송경호·41) 기관사(남석훈·58)의 주요 대화내용을 요약한다.
―기장:이거 정말로 졸려….
―부기장:(기상이) 안좋네요.
―부기장:아니, 글라이드 슬로프가 됩니다.
(관제사가 대한항공기를 불러 활주로를 알려준 뒤 ‘글라이드 슬로프 를 사용할 수 없다’고 통보한다. 조종사는 ‘알았다’고 대답)
―기장:예? 예, 되네요.
―기관사:아, 그래서….
―?:글라이드 슬로프 되나 보라고?
―?:글라이드 슬로프가 왜 나오죠?
―부기장:사용할 수가 없어.
―?:글라이드 슬로프가 틀린다.
―기장:글라이드 슬로프 오늘 상태가 안 좋으니까 1천4백40을 지켜야 하니 세트(고도를 계기에 입력하라는 의미)하고.
(관제탑은 활주로를 지정해 주고 착륙을 허가한다. 대한항공기는 착륙에 필요한 점검을 하고 착륙을 시도한다)
―기장:착륙 체크.
―기관사:활주로로부터의 거리와 방향이 이상 없음.
(지상충돌경보장치(GPWS)가 울린다)
―기장:글라이드 슬로프 (작동이) 안 되나?
(비행기 조종석 와이퍼가 작동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기관사:(활주로가) 안보인다.
(GPWS가 비행기의 고도가 5백피트임을 알린다)
―기장·기관사:어!(놀란 표현)
(이때부터 최저 고도를 넘어섰고 지상에 충돌할 우려가 있다는 경보가 잇따라 울리기 시작한다)
―?:활공각과 활공 방향이 정상상태다.
―기장:활주로에 착륙기어 내려.
―기관사:착륙기어 내리겠음.
(잠시 후 GPWS가 ‘미니멈 미니멈’하고 울린 뒤 잇따라 ‘강하율이 너무 높다’는 경보음을 낸다. 미니멈은 최저안전고도를 통과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신호)
―기관사:고도 2백피트.
―부기장:복항합시다.
―기관사:(활주로가) 안 보이잖아.
―부기장:안 보인다.복항!
―기장:복항하라!
(이후 조종실 내 대화가 끊긴 채 GPWS가 1백,50,40,30,20까지 고도를 알려준다)
―덜커덩, 쿵(기체가 땅에 부딪치는 소리).
(이어 한 조종사의 신음소리가 들린다)
―뚜 뚜 뚜….
〈이 진·이철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