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경제갈등 심화…『경기부양책 써라』『간섭말라』

  • 입력 1998년 3월 22일 21시 42분


일본 내수경기 부양을 둘러싸고 미국과 일본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외교적 파장을 우려해 한동안 노골적인 ‘일본 때리기’를 자제했던 미국이 최근 일본공격의 포문을 열자 일본도 “웬 내정간섭이냐”며 반격에 나섰다.세계경제 두 ‘고래’의 싸움에 수많은 ‘새우’들은 숨을 죽이고 있다.

▼미 일의 공방〓서머스 미 재무차관은 19일 “일본이 국민총생산(GNP)의 2%정도의 경기자극책을 취해야 효과가 있고 시장의 신뢰도 회복될 것”이라며 10조엔 규모의 재정조치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마쓰나가 히카루(松永光)대장상은 “일본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며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에 앞서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이사회(FRB)의장 루빈재무장관 바셰프스키통상대표부(USTR)대표, 데일리상무장관 등 미 경제정책의 핵심인사들이 일제히 일본에 조치를 주문했다. 클린턴정권의 경제정책을 좌우하는 국가경제회의(NEC)도 최근 일본에 강경대처키로 방침을 세웠다.

일본도 발끈하고 나섰다. 가토 고이치(加藤紘一)자민당간사장은 최근 “일본 경기판단은 일본이 한다”고 내뱉었고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총리의 한 측근은 “미국의 행태는 내정간섭”이라고 직격탄을 퍼부었다.

▼미국 왜 때리나〓미국은 95년6월의 ‘미일 포괄 경제협의’ 자동차부문 교섭타결 뒤 노골적인 대일압력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일본이 금융안정 및 경기부양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여기면서 작년 하반기부터 미국의 입장은 조금씩 거칠어졌다.가령 금융안정을 위한 30조엔의 공공기금 투입은 부실은행 구제를 위한 구태의연한 ‘호송선단식 행정’에 불과하다는 것이 미국측 시각이다. 또 감세를 통한 내수진작이 ‘전혀 과감하지 못하다’고 비난한다.

미국은 또 일본이 아시아 경제위기의 해소에서도 소극적이라고 보고 있다. ‘일본 내수확대와 중국 위안(元)화 안정’을 위기해결의 두 축으로 보는 미국은 수출경쟁력 감소를 감수하면서까지 평가절하를 하지 않는 중국을 높이 평가한다. 반면 일본은 자국이익만 따져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일본이 이런 태도를 지속할 경우 중국도 평가절하를 선택, 아시아위기가 확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본 왜 반발하나〓일본은 미국이 구체적인 정책방향까지 일일이 제시하면서 압력을 넣는 것은 국가간 기본관계를 무시한 처사라는 입장이다. 특히 아시아위기 해결을 위해 미국보다 많은 공헌을 했다고 자부하는 일본은 미국이 부담은 지지 않으면서 일본에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반발에는 국내정치적 요인도 크다. 재정구조 개혁을 기치로 내건 하시모토정권이 이에 배치되는 감세와 재정적자를 택할 경우 정권기반이 흔들리는 것이다.

〈도쿄〓권순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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