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회사 「할리버튼」회장 체니 前美국방장관

  • 입력 1998년 3월 1일 21시 02분


딕 체니 전미국국방장관(57)은 미국에서도 ‘인간 승리’의 전형으로 꼽힌다.

그는 낙제끝에 예일대를 중퇴하고 고향 와이오밍주에서 전기공사를 하는 노동자로 일했다. 뒤늦게 와이오밍주립대를 졸업한 그는 서른넷의 나이로 포드대통령 시절 역대 최연소 백악관비서실장이 됐고 부시대통령 때는 유능한 국방장관으로 명성을 떨쳤다.

요즘 그가 ‘걸프전의 영웅들’ 같은 책이 아니라 세계의 석유사업에 관한 책을 탐독한다고 해서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 95년 텍사스주 댈러스에 본사를 둔 준(準)메이저급 회사 ‘할리버튼’의 최고경영자(CEO)로 영입돼 비즈니스맨으로서의 두번째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할리버튼사는 체니 전장관이 25년간 워싱턴 정가에서 쌓아놓은 전 세계적인 인맥에 주목했다. 사우디아라비아 파드국왕의 조카로 주미대사를 지낸 반다르왕자가 그의 오랜 친구라는 점,구소련권 국가정상들과 인연이 깊다는 점 등은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할리버튼 이사회가 가장 눈여겨본 점은 그가 부시행정부에서 국방부 개혁작업을 이끌 때 보인 구조조정 솜씨였다. 그는 89년 냉전종식과 더불어 국내외 미군기지 8백여개를 폐쇄하고 국방부 인원의 25%를 솎아내는 등 수억달러의 예산절감작업을 무리없이 수행했다.

체니회장은 명성에 걸맞게 취임 직후부터 회사의 군살을 빼는가 하면 컴퓨터 지질탐사에 두각을 나타낸 회사들을 인수하는데 1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공격적 경영으로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주주들도 이미 합격판정을 내린지 오래다. 지난해에 회사순이익이 54%, 주가는 72%나 뛰었으며 올해 예상성장률은 30%. 체니회장은 영입 후 2년간 연봉 2백20만달러에 1천만달러어치의 주식을 보너스로 받았다.

〈김승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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