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는 더이상 ‘검은 대륙’이 아니다. 하루 수십∼수백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산유국이 10여개국이 넘고 다이아몬드의 경우 전세계 생산량의 절반이 넘는 등 ‘세계 자원의 보고’로 떠오르고 있다. 자원쟁탈을 위해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불안한 아프리카의 정정(政情)까지 교묘히 이용, 엄청난 이권을 챙기고 있다. 한국도 뒤늦게나마 뛰어들어 해외유전개발사상 최대 규모의 유전을 발견하는 등 아프리카의 엄청난 가능성을 실감하기 시작했다.〈편집자〉》
‘아프리카 보물 찾기.’
현재 아프리카에서 벌어지고 있는 선진국들의 자원개발 전쟁의 최대 목표는 검은 진주인 석유. 주인 없는 보물을 선점하기 위해 미국계 엑슨 모빌 셰브론 텍사코는 물론 아프리카 경영에 일가견이 있는 프랑스계 토탈과 엘프 등이 이미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최근 엘프가 콩고 모호와 앙골라 지라솔에서 각각 매장량 6억, 10억배럴 규모의 유전을 찾아냈고 셰브론은 앙골라 카빈다에서 10억배럴짜리 유전을 발견하는 등 검은 노다지가 쏟아지는 소리도 요란하다.
이 때문에 알제리 리비아 이집트 나이지리아 앙골라 등 아프리카 원유생산량의 90%를 차지하는 산유국들에서는 전국토가 탐사 열기로 들끓어 그렇지 않아도 뜨거운 날씨를 더욱 달구고 있다. 현재 탐사중인 광구는 이집트가 25개, 리비아 1백6개, 알제리 27개, 앙골라와 나이지리아가 각각 20여개에 이른다.
알제리 국영 석유가스회사인 소나트락은 외국 회사들과 함께 2000년까지 3백개의 광구를 새로 탐사할 계획이다.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리비아에도 낮은 생산비와 높은 품질, 유럽시장과의 근접성 때문에 외국 석유사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가봉 콩고 카메룬 수단 적도기니 콩고민주공화국 나미비아 마다가스카르 등도 몇년내에 산유량을 늘리거나 새로 산유국 대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94년 기준 하루 6백86만배럴을 생산, 전세계 생산량의 10% 정도를 차지하던 아프리카의 원유 생산능력은 해마다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아시아 기업들까지 가세하고 있으나 아프리카 유전 개발은 아직까지는 미국과 유럽 대규모 석유사들의 격돌장이다. 이들의 개발 경쟁은 전쟁 수준이다.
지난해 콩고내전에서 드니 사수 응궤소에게 패한 파스칼 리수바 전 대통령은 프랑스 석유사 엘프 아키텐이 이권을 독차지하기 위해 응궤소를 지원했다는 사실을 폭로해 전세계적인 뉴스가 되기도 했다.
리수바가 콩고 원유의 80%를 생산하는 엘프의 연안 유전 채굴권을 파기하고 지분 확대를 요구하면서 미국계 석유사인 옥시덴털과 가까워지자 엘프가 응궤소를 지원했다는 것이다.
석유와 함께 다이아몬드 금 등 아프리카가 자랑하는 고가 광물의 개발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아프리카 광산 탐사에 투자된 비용은 4억1천8백만달러. 특히 말리 부르키나파소 가나 등 서부지역에서 광산 개발이 활발하다.
지난해 내전중이던 콩고민주공화국의 반군 점령지역은 한발이라도 앞서 채굴권을 따내려고 총알속을 뚫고 달려온 미국 캐나다 기업인들로 붐볐다.
미국의 아메리칸 미네럴 필즈(AMF)는 ‘죽음을 무릅쓴’ 덕분에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업체인 남아공계 드 비어스사와의 격돌에서 이겨 10억달러짜리 광산개발계약을 따냈다. 반면 정부군 편이었던 드 비어스는 다이아몬드 독점판매계약을 취소당했다.
미국이 지난해 아프리카에 교역과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내용의 ‘아프리카 성장 및 기회법’을 제정한 것도 선진국들이 아프리카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다.
〈고진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