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알제리사태 본격 개입…10일간 주민6백명 학살

입력 1998-01-08 20:42수정 2009-09-26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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곪아가던 알제리사태가 마침내 터져 국제문제로 비화했다. 6년째 지속되고 있는 군부와 이슬람 무장세력간의 내전에 이어 지난 연말부터 주민 학살극이 최악의 상태로 확산돼 정처없이 피난하는 난민까지 대량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알제리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학살극을 규명하기 위해 유엔대표나 특별조사단 파견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주민학살〓이슬람교의 성월(聖月) 라마단의 첫날인 지난달 30일 이후 과격 이슬람원리주의자들에 의해 학살된 주민은 6백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알제리 보안당국은 레리잔지역 3개 마을에서 5일밤에도 주민 62명이 학살당했다고 밝혔다. 수도 알제에서 남서쪽으로 2백50㎞ 떨어진 레리잔에선 지난해 12월30일에도 여성과 어린이 등 4개 마을 주민 4백12명이 잔인하게 살해됐다. 서부 산악마을 카르네시스에서도 4일 최소한 1백70명의 주민이 흉기에 찔리거나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됐다. 주민학살은 무장이슬람그룹(GIA)이 현 정부를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자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내전과 테러 학살 등으로 민간인 8만여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내전 배경〓92년1월12일 군부가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승리가 확실시되는 총선결과를 무효화하고 전권을 장악한 뒤 현재까지 내전이 이어지고 있다. 당시 무자비한 정치탄압을 계속해온 집권 군부진영은 야당인 이슬람구국전선(FIS)이 집권할 경우 정치보복을 당할 것을 우려, △총선 무효화 △비상사태 선포 △FIS해체 등의 조치를 잇달아 취했다. 이에 이슬람세력은 전국적인 무장투쟁으로 맞서 유혈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난민 대량발생〓학살의 현장인 알제리 서부지역에서 안전지대로 탈출하는 난민들이 최근 크게 늘어났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주된 ‘킬링 필드’는 수도 알제 이남 지역에 국한됐으나 지금은 서부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탈출인파도 수천명씩으로 늘어났다. 프랑스 언론들은 난민들의 대거 탈출에 따라 서부지역이 마비상태라고 보도했다. ▼국제조사 추진〓미국이 알제리에 유엔대표를 파견하겠다고 제의하고 영국과 독일도 EU특별조사단을 파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국 정부는 7일 유럽 특별조사단을 앞으로 2주 동안 알제리에 파견하는 방안에 대해 EU회원국들의 찬성을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알제리 정부는 내정간섭 등의 이유를 들어 외부의 지원이나 국제조사단 입국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최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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