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보다 앞서 외환위기와 금융공황을 맞고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게된 태국과 멕시코도 실정(失政)에 대한 인책과 처벌론이 강하게 나왔다.
국민의 요구에 따라 태국에선 총리가 물러났고 특히 야당은 정책관련자들도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으며 멕시코 국민도 미국에 도피중인 카를로스 살리나스 전 대통령의 소환과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태국〓고정환율제를 통한 화폐가치 안정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어 변동환율제로 전환한 것은 7월1일. 그러나 수출둔화와 성장률 저하 등으로 외환사정이 악화돼 변동환율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올초부터 제기됐다. 뒤늦게 변동환율제로 전환하자 걷잡을 수 없이 화폐가치가 떨어져 외환위기가 시작된 것이다.
지난해 12월 집권한 차왈릿 용차이윳 전총리는 지난 7월초 외환위기와 부실기업에 대한 은행대출 등의 책임을 물어 렝차이 마라카논다 중앙은행총재를 경질했다. 그러나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개혁조치 등은 취하지 않았다. 차왈릿정부의 미온적인 대처는 7월말 1백76억달러의 IMF 구제금융을 받은 후에도 계속됐다. 그 후에도 바트화의 폭락이 계속되는 등 금융위기가 이어지자 결국 차왈릿 총리는 10월 사임, 정권을 야당에 넘겨줬다.
국민과 야당은 차왈릿 정부 당시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재 등에 대해서도 경제파국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계속되고 있다.
▼멕시코〓살리나스 전대통령이 페소화 폭락 등의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은 94년 12월. 그러나 멕시코 페소화가 과대평가돼 있으며 평가절하를 해야 한다는 지적은 2년여전부터 제기됐다. 그러나 살리나스는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었다는 재임중 치적을 보호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외환시장을 조작, 페소화의 절하를 막았다.
일단 국제사회에서 신뢰가 무너진 페소화 가치는 그가 물러난 뒤에도 계속돼 38% 이상 대폭락했다. 에르네스토 세디요 대통령의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대대적인 사정작업으로 전직대통령의 친형을 부정부패혐의로 구속하자 여기에 연루된 살리나스는 미국으로 달아났다.
국민은 현실을 속이며 위기상황을 악화시킨 살리나스의 강제소환을 주장하고 있으며 야당은 그를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해 놓은 상태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구자룡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