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소설 「닥터 지바고」의 여주인공 라라의 모델이며 파스테르나크의 연인인 올가 이빈스카야가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러시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이빈스카야가 61년 감옥에서 당시 구소련 지도자 흐루시초프에게 파스테르나크의 입을 다물도록 하기 위해 자신이 한 일을 거론하면서 형벌을 완화해 줄 것을 청원한 편지가 공개되면서 제기됐다. 이달초 모스코프스키 콤소몰렛지에 공개된 편지에서 이빈스카야는 『(당의) 중앙위원회 사람들이 나에게 파스테르나크가 외국인을 만나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했으며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닥터 지바고」의 해외출판을 막기 위해 KGB 및 당 간부들과 접촉했으며 자신의 노력으로 책이 이탈리아에서 출간되는 것을 1년반이나 늦추었다는 내용도 담았다.
문학지의 편집장이었던 34세의 이빈스카야는 2차대전 직후 56세의 유부남 파스테르나크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파스테르나크를 통제하려던 구소련 당국은 49년 이빈스카야를 체포, 4년간의 중노동형을 선고했다. 그녀는 감옥에서 유산의 고통을 겪기도 했으며 파스테르나크가 사망한 후에도 8년간의 강제노동형을 선고받았다. 이빈스카야가 편지에 쓴 것처럼 실제로 정부의 지시에 따라 파스테르나크를 통제했는지, 아니면 자신이 한 일을 과장해서 말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모스크바〓반병희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