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보수-진보세력 갈등 고조…이슬람혁명이후 최대위기

  • 입력 1997년 11월 27일 20시 04분


《이란의 반체제 성직자인 호세인 알리 몬타제리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공격함으로써 촉발된 이란내 보수세력과 진보세력간의 대립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면서 79년 이슬람혁명이후 최대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하메네이는 26일 자신의 통치권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몬타제리를 반역죄로 기소하라고 지시했다. 5백만 민병대원을 비롯한 이란의 보수세력은 최근 며칠째 수도 테헤란을 비롯, 전국 주요 도시에서 몬타제리가 이란 정치체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며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란 당국은 몬타제리의 사무실에 폐쇄명령을 내렸으며 보수세력은 진보적인 성직자와 교수들의 사무실을 습격하기도 했다. 79년 이슬람혁명으로 이란에서 최고지도자는 군 사법 언론기관 등과 성직 뿐만 아니라 외교와 국내정책방향까지 조정하는 초법적 존재. 몬타제리는 최고지도자의 합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하메네이에 대해 「감독하되 통치는 하지 말라」며 정면 공격하고 나섰다. 89년 호메이니의 후계자로 지명되기도 했던 몬타제리는 반체제인사에 대한 가혹한 처사 등 호메이니의 강경정책을 비판한 뒤 해임됐다. 그러나 몬타제리를 지지하는 진보세력도 만만찮아 보수세력이 몬타제리에 대해 끝까지 처벌을 시도할 경우 전국적인 소요와 유혈사태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보수진영의 정점이라면 진보진영의 정점은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 하타미 대통령의 노선을 지지하는 지식인 젊은이 등 온건좌파세력은 몬타제리를 지지하고 있다. 이란에서 보수대 진보세력의 갈등은 지난 5월 대통령선거에서 하타미 후보가 보수파를 누르고 압승을 거두면서 예고됐다. 하타미는 이슬람율법에 염증을 내고 있는 유권자들에게 법치와 개인의 자유가 존중되는 시민사회 구현을 약속했다. 그의 취임을 계기로 진보세력은 목소리를 높여오고 있다. 이번 사태가 최고지도자의 권한 축소냐, 아니면 더 엄격한 신정체제로의 후퇴냐를 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