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아나톨리 추바이스 경제담당 제1부총리가 책을 집필하면서 거액의 사례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뒤 공동 저자이자 그의 직계인 알렉산드르 카자코프 대통령 행정실(비서실) 제1부실장이 해임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정계에서는 추바이스 후임으로 세르게이 두비닌 중앙은행 총재 등이 거론되는 등 스캔들이 권력개편으로 이어질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크렘린의 또다른 실세였던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국가안보회의 부서기 해임에 이은 러시아 권력층 상층부의 이같은 변화는 보리스 옐친대통령의 크렘린과 행정부에 대한 친정체제 강화 의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발단이 된 책은 추바이스와 보이코 부총리 겸 국가자산위원회 위원장, 모스토보이 기업파산 및 금융지원위원회 의장 등 그의 직계 6명이 공동집필한 18쪽짜리 「러시아 사유화의 역사」라는 미출간 소책자. 출판사가 쪽당 무려 3만달러의 원고료를 책정, 뇌물성격이 강하다고 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출판사의 소유주는 오넥심은행그룹으로 지난 7월 스비지야아니 국영 전기통신공사 민영화때 추바이스와의 야합설로 구설수에 올랐던 기업.
스캔들이 알려지자 하원(두마)은 정식 수사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 추바이스의 해임을 요구하고 나섰으며 대검찰청은 출판사에 대한 압수 수색을 벌였다.
추바이스는 『지난달 출판계획과 사례금을 공공 재단에 기부할 생각임을 밝힌 바 있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옐친이 이번 기회에 행정부와 크렘린을 철저히 「손질」할 것으로 보여 무사히 빠져나가기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모스크바〓반병희특파원〉